“수박 한 통에 2만2000원이라니”…도깨비 장마 탓에 채소·과일값↑

  • 뉴시스
  • 입력 2024년 7월 22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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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상추 100g에 2100원…일주일 새 56% 상승
농산물 빗물에 침수…공급량 감소가 원인
밥상서 사라진 채소…상인 "죽지 못해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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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은 잘 안 먹죠, 차라리 냉동식품을 더 먹을 정도니까요.”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양배추를 고르던 40대 여성 주부 A씨는 이같이 말하며 밥상에서 과일 구경을 한 지 오래라고 했다. A씨는 “같은 레시피여도 양을 조절하고 있다”며 “(채소 등) 두 개 쓸 거를 하나 쓰기도 하고 비슷한 맛이면 좀 더 싼 가격의 재료를 찾아서 쓴다”고 했다.

건너편에 있던 50대 남성 B씨도 수박을 본체 만체 지나가야 했다. A씨는 2만1900원이 적힌 가격표를 보고는 “수박 한 통에 2만2000원은 비싼 감이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래도 수박을 살 거냐고 재차 물었지만 B씨는 “안 살 참이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일부 지역에 극한 호우를 쏟아붓는 ‘도깨비 장마’가 전국을 강타하는 까닭에 채소·과일값이 급등하고 있다. 농산물이 빗물에 잠긴 탓에 공급량이 급격히 줄어들어서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9일 적상추 소매가격은 100g에 2107원이다. 일주일 만에 56% 정도 오른 셈으로, 장마가 시작하기 전인 한 달 전보다 136.4% 급등했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도 1개에 2만1736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3.5% 올랐다.

이날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장마 침수 피해로 가격이 치솟은 채소·과일을 장바구니에 담는 주부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복숭아를 짚었다가 다시 내려놓은 40대 여성은 “원래 가족들이 과일을 좋아해서 과일 값 오른 게 체감이 된다”며 “체감상 복숭아 가격이 10% 정도 상승한 것 같아 예전처럼 많이 못 먹고 있다”고 했다.

대파를 담던 60대 주부도 “눈 뜨고 나면 물가가 오르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대파가 한 단에 2000원정도였는데 지금은 3000원 가까이 한다”고 하소연했다.

채소 값 앙등으로 시장 상인들도 덩달아 울상이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에서 50년째 채소를 파는 한 상인은 “비가 오기 전에는 상추가 100g에 1000원도 안 됐다”며 “지금은 두 배 이상 오른 1500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채소 값을 고공행진 하는 현상을 두고 “죽지 못해 살 정도”라고 체념했다.

옆에서 참외를 팔던 70대 상인도 “참외 10개에 1만2000원에 팔고 있다”며 “비가 와서 비싸졌는데 이 정도면 싼 수준”이라고 말했다. 곱창집을 운영한다는 한 상인도 “지금 있는 쌈 채소가 다 나가면 너무 비싸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21일) ‘집중호우 지역의 조속한 피해 복구를 지원하고 농산물 수급 상황을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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