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할 하반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모집이 22일부터 시작됐지만 지원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선발되는 전공의를 지도하지 않겠다는 의대 교수들의 움직임까지 확산되면서 사직 전공의 상당수는 수련을 포기하고 개원가로 나서는 모습이다.
수련병원 중 하반기 모집 계획을 밝힌 110곳은 22일부터 전공의 모집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는 이날 하반기 모집 인원을 7645명으로 확정했다. 병원들이 신청한 7707명보다 62명 줄어든 규모다. 인턴 2525명, 레지던트 1년차 1446명, 2~4년차 3674명이다. 첫날 지원한 전공의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 처리된 전공의 자리를 채우겠다는 정부와 병원 경영진의 방침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도 늘고 있다. 이날 세브란스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병원은 하반기 정원을 신청했지만 이 자리는 세브란스 전공의를 위한 자리”라며 “자리를 비워두고 (전공의들이) 당당하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예비 지원자들을 향해 “정부의 폭압과 협박으로 채용되더라도 제자와 동료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중앙의료원 영상의학교실 교수들도 20일 “교육과 지도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원자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탈락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려대의료원 교수들은 전공의 면접 탈락 사유에 ‘지역 의료 붕괴’를 포함해 지방 출신 지원자를 거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필수과 교수는 “반드시 공고 인원만큼 선발해야 하는 건 아니다. 역량이 부족하면 안 뽑을 수도 있다”고 했다. 주요 대학병원장은 “몇 명을 선발할지는 각 진료과 재량이지만 지원자들이 탈락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학병원 특유의 끈끈한 사제관계를 잘 아는 사직 전공의 사이에서도 “무리해 병원을 옮길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향후 전임의(펠로), 교수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생각하면 현재 지도교수와 계속 같이 가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에선 수련병원 근무 경험이 없는 지방 수련병원 인턴과 레지던트 1년 차 일부 정도만 수도권 병원으로 이동을 고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직 전공의 상당수는 대학병원으로 돌아가는 대신 1, 2차 병원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수련복귀 특례를 포기하면 빨라야 내년 9월에나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돈을 벌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서울시의사회에 사직 전공의들을 적극 고용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개원가로 쏟아지는 사직 전공의들이 늘면서 월 1000만 원가량이던 봉직의(페이닥터) 급여는 600만 원 안팎으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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