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과실치사상·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
檢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책임자는 용산경찰서장"
이임재 "무한한 책임…재판부 판단 받아들이겠다"
유족 "공직자 책임 저버리는 선례 남기지 말아야"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15분까지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 심리로 열린 이 전 서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 공판에서 이 전 서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는 금고 5년, 박인혁 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3팀장에게는 금고 2년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허위 내용의 경찰 상황 보고서 작성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정현우 전 용산서 여성청소년과장과 전 용산서 관계자 최모 경위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년,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전 서장에 대해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책임자는 용산 관내 치안을 총괄하는 용산경찰서장”이라며 “이임재 전 서장은 지역 내 인파 집중에 따른 사고를 예측해 대책을 마련하고, 인명피해를 막아야 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지역경찰의 컨트롤타워”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사고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참사에 임박해 여러차례 무전으로 현장상황을 수신하고, 정확한 지시와 차량·인파 통제로 피해를 줄일 기회가 있었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의 태도와 관련해서는 “(이 전 서장은) 오히려 과오를 은폐하기 바빴다. 경찰을 동원해 마치 신속한 초동조치를 취한 것처럼 보고서를 만들었다”며 “국정감사에서도 거짓 증언하고, 서울청에서 지원 요청을 무시했다는 등 책임을 떠넘겼다”고 했다.
이 전 서장 측 변호인은 “사고는 늘 예상하지 못한 때와 장소에서 일어나지만, 아무도 예견할 수 없었던 장소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를 예상하지 못한 점에 과실이 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반론을 펼쳤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인파가 예상됐음에도 이에 대한 대처가 미흡한 건 아닌지 아쉬움도 있다”면서도 “(당시) 112 신고 상황을 무전이 아닌 전산으로 지령했다고 하는데, 삼각지 집회 현장에 있던 이 전 서장은 이런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서장은 최후진술에서 “경찰서장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모든 비판과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그 누구보다 가장 죄송한 분들은 참사로 희생된 고인과 유가족분들이다. 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재판부의 모든 판단을 다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축제 기간 경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 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등 지휘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참사 당일 오후 11시5분께서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음에도 48분 전인 오후 10시17분 도착했다는 허위 내용의 경찰 상황보고서가 작성된 것에 관여하거나, 이와 관련 국정감사에 출석해 거짓 증언한 혐의도 있다.
한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재판에 앞서 “참사책임 부정하는 경찰에 분노한다” “왜 인파 대책 안 세웠나”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 전 서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재판 마지막 무렵에는 고(故) 이남훈씨의 어머니 박영수씨가 재판정 앞으로 나와 피해자 진술을 하기도 했다. 박씨는 “그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한 사람이 없다”며 “공직자로서의 책임과 의무,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의를 지키지 못하는 선례가 남지 않도록 현명히 판단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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