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학원에 문제 팔아 수억 챙긴 교사… 경찰, 수능 모평 검토진 등 69명 입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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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정보 활용, 문항당 최대 30만원
청탁금지법 첫 적용 24명 檢송치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모의평가 문제를 만들고 학원에 팔아 최대 수억 원을 챙긴 현직 교사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한 현직 고등학교 교사는 4년간 문제 판매로 2억5000만 원이 넘는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주관하는 수능 모의평가 검토진으로 참여한 교사도 있었다.

2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사교육 업체와 유명 입시학원 등에 문제를 만들어 판 혐의로 현직 고교 교사 등 69명을 입건하고, 이 중 2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입건된 69명 중 교원은 46명(퇴직자 2명 포함), 학원 관계자는 17명(강사 6명 포함), 기타 6명이다. 기타 6명 중에는 평가원 관계자 4명, 입학사정관 1명도 포함됐다.

이번에 검거된 서울 소재 고교 A 교사는 2022년 5월 ‘2023학년도 6월 수능 모의평가’ 검토진으로 참여했고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출제 정보를 활용해 문항 11개를 만들어 모의평가가 시행되기 전 대형 입시학원 2곳에 판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2019년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문제 수천 개를 만들어 팔아 총 2억54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EBS 교재 출제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도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A 씨를 포함해 문항 판매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14명 중 11명은 사교육 업체에 수능 관련 사실 문항을 제작 및 제공한 대가로 돈을 받았다. 함께 검거된 다른 교사 3명은 특정 학원에만 독점적으로 문항을 만들어 공급하는 대가로 최대 3000만 원씩의 계약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송치된 24명은 전원 서울의 현직 고교 교사였다. 이들은 문제를 만들어 돈을 받고 팔거나(청탁금지법 위반), 문제를 사교육 업체에 유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한 문항당 평균 10만 원 내외, 많게는 30만 원까지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의 문항 판매 행위에 청탁금지법이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직 교사는 최근 3년 내 문항을 제작해 판매하거나 문제집을 제작하면 평가원 출제위원 등으로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교사 중 19명은 평가원에 허위 자료를 제출해 출제위원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면서도 겸직근무 위반 등의 교원 징계 사유일 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위법인 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교육부는 2017년부터 ‘문항을 판매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수차례 학교에 전달해 왔다”며 “‘위법성을 몰랐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수사 중인 나머지 사교육 카르텔 사건 연루자 40명에 대해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교육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입시 절차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건전한 교육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실효적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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