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경기 북부 호우주의보
경기 남부엔 폭염주의보 속 열대야
인천 빌라 침수-철원선 하천 추락 등
오늘 오전까지 수도권 등 최대 80㎜
23일 새벽 중부지방에 폭우와 열대야가 동시에 나타나며 경기 북부에는 호우주의보가, 경기 남부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정체전선(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좁게 압축되면서 나타난 현상인데 수도권 주민 상당수는 거센 비와 무더위 때문에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밤사이 많게는 100mm 이상 내린 비에 침수와 정전 등 비 피해도 잇따랐다.
● 폭우-열대야 동시에 덮친 중부지방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중부지방 곳곳에 시간당 30mm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밤사이 시간당 최고 강수량은 강원 철원군 69.9mm, 경기 포천시 55mm, 서울 종로구 31.9mm, 서울 관악구 30.5mm 등이었다.
이번 비는 서해상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저기압이 장마전선과 부딪쳐 발생했다. 비구름대가 빠르게 이동하며 짧은 시간 동안 폭우를 퍼붓고 그치는 양상이 반복된 것이다.
폭우와 함께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도 전국적으로 나타났다.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최저기온은 서울이 25.7도였고 경기 안성시 26.8도, 강원 강릉시 26.5도, 충북 청주시 28.2도 등이었다. 경상권, 호남권과 제주에서도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비가 내리면 기온이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날은 필리핀에서 발생해 북진 중인 3호 태풍 ‘개미’가 밀어 올린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뒤덮으며 밤에 비가 내려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았다.
밤사이 천둥 번개를 동반한 거센 비와 찜통더위가 번갈아 찾아오면서 당황한 시민도 많았다. 경기 광주시에 거주하는 최모 씨(43·여)는 “전기요금이 걱정돼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 놓은 채 잠들었는데 돌풍과 빗소리에 놀라서 깼다”며 “창문을 닫고 선풍기만 틀고 다시 누웠는데 너무 더워 밤새 잠을 설쳤다”고 했다.
● 오늘 오전까지 수도권 최대 80mm
국지성 폭우로 피해도 속출했다. 인천에선 23일 0시 21분경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빌라가 침수됐고 남동구 도림동 도로가 물에 잠기는 등 주택 및 도로 침수가 이어졌다. 인천과 백령도, 연평도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고 천연기념물 제555호로 수령 230년 이상인 경기 포천시 관인면 ‘오리나무’도 폭우와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밤사이 126mm의 비가 내린 강원 철원군 등에서도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22일 오후 11시 14분경 철원군 갈말읍에선 도로 침수로 차량이 고립됐다가 30분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23일 오후 3시 48분경 역시 갈말읍에서 배수로 작업을 하던 70대 남성이 3m 아래 하천으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다. 강원 춘천시에선 23일 0시 20분경 신동면 및 사북면 일대 992가구가 정전됐다가 3시간 반 만에 복구됐다.
이번 비는 24일 오전까지 수도권과 강원 등에 최대 80mm가량 더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오후부터는 전국적으로 폭염이 재개되지만 대기 불안정에 따른 국지성 소나기가 곳곳에 내릴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당분간 남부 및 제주 지방 체감온도가 최고 35도 이상으로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한편 기상청은 북상 중인 태풍 개미가 25일 오후 중국 상하이에 상륙한 뒤 소멸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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