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죽을 수 있는 사회로]
“삶의 마지막 선택권 부여해야”
노인복지 정책 핵심가치로 추구
미국과 유럽 등에선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집에서 죽을(Dying in Place)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시설에서 연명치료를 하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대신 익숙한 집에서 자연스럽게 숨을 거두길 원하는 노인들의 희망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집에서 죽을 권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가족과 이웃 등과의 건강한 관계 속에서 사회적 역할을 하며 노년을 보내는 것이다. 이를 ‘집에서 늙을(Aging in Place) 권리’라고 부른다.
집에서 늙고 죽을 권리는 최근 세계적으로 노인복지 정책의 지향점이 되고 있다. 네덜란드와 독일, 일본 등 고령화율이 높고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한 국가들도 장기요양제도를 개혁할 때 ‘집에서 늙고 죽을 권리’를 핵심 가치로 정했다. 김민철 서영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는 “집에서 죽는다는 건 노인이 익숙한 공간에서 주체적으로 살면서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즐거움’을 잃지 않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인들이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임종까지 맞이하고 싶어하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5%는 건강이 악화돼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다. 2019년 서울대 고령사회연구단 조사에서도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임종 장소는 자택(37.7%)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국내 사망자 70.0%는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반면 네덜란드(23.3%) 미국(36.0%) 등은 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OECD 평균은 49.1%였다. 김 교수는 “내 집에서 늙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선 노인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주거환경 개선과 수준 높은 맞춤형 노인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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