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숨진 수사관 유족 “‘수사팀서 맘편할 날 없었다’ 유서”…경찰측 입장 반박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5일 15시 30분


수사팀 사건 작년比 26% 급증

22일 서울 관악경찰서 앞에 송모 경위를 애도하는 “젊은 수사관의 죽음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 등 내용이 담긴 근조 화환이 늘어서 있다. 직협 제공
22일 서울 관악경찰서 앞에 송모 경위를 애도하는 “젊은 수사관의 죽음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 등 내용이 담긴 근조 화환이 늘어서 있다. 직협 제공

업무 과중을 호소해온 30대 수사관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소속 경찰서는 “유서에도 업무 과중 얘기가 없고 고인은 평소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반면 유족은 “유서에 업무 관련 토로가 있다”고 반박했다. 경찰 수사관들이 감당하는 사건 수는 지난해 대비 1만 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수사과 통합수사팀 소속 송모 경위(31)가 전날(18일)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유서에 업무 과중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는 입장을 냈다.

반면 송 경위의 유족에 따르면 유서엔 ‘수사팀에 와서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서에서 비롯된 일을 경찰이 책임 지려 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악서 관계자는 “유서 해당 부분의 의미를 파악 중이다. 업무 과중, 민원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확인 중”이라고 해명했다.

유족과 경찰 직장협의회(직협) 등에 따르면 2월에 현재 소속 부서에 온 송 경위는 주변 동료들에게 사건 과중으로 인한 고충을 꾸준히 토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송 경위는 생전 동료들에게 “사건이 73개인데 미친, 진짜 이러다 죽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올 3월 19일엔 “사건은 쌓여만 가고”, 이달 7일엔 “(하반기 인사에서 다른 곳으로 나가려면) (사건) 인계서를 써야 하는데 인계서도 못 쓸 만큼” “열심히 했는데”라고 동료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일선 수사관들이 감당하는 사건 수는 점점 늘고 있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청 산하 31개 경찰서 수사과 통합수사팀의 총 보유 사건 수는 4만8604건이었다. 이는 통합수사팀의 전신인 경제팀·사이버팀의 전년 동기(3만8096건) 대비 무려 1만 건(26%↑)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해 11월 수사준칙이 개정되면서 경찰이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한 고소·고발 사건마저 반려하지 못하게 된 영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한 경찰서의 수사관은 “일단 접수해야 하니 각하를 위한 수사 서류를 몇 개나 써야 한다”며 “‘이 접수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불필요한 페이퍼 업무로 업무량이 과중돼 정작 ‘진짜’ 사건에 쓸 여력을 뺏긴다”고 말했다.

채현일 의원은 “현장 경찰 인력은 그대로인 반면, 일선 수사관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는 증가한 상황”이라며 “경찰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서라도 인력 보강과 업무 분산 등 수사 부담 해소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경위는 대학에서 경찰행정학을 전공하고 2016년 입직한 뒤 이달 3일 경위로 승진했다.

평소 수사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다가올 하반기 인사에서 기동대로 전출을 희망했고, 숨지기 전날(17일) 기동대에 발령될 예정이라고 전달 받았다.

송 경위는 앞서 10일에도 자택에서 극단 선택을 시도하던 중 지인이 말려서 상황을 넘긴 적이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 파악을 거쳐 순직 처리 추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박민영 관악서장은 “유족 케어와 남은 동료 직원들 케어에 방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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