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가 임금-업무-근태 등 관리
‘일방 계약해지 부당해고’ 판단
배달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들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영향 줄듯
차량 호출 서비스 플랫폼 ‘타다’의 운전기사는 프리랜서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 인정 여부를 따질 때도 사용자와 종사자 간 실질적인 종속 관계를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이 배달기사 등 다른 플랫폼 종사자들의 근로자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타다를 운영한 VCNC의 모회사인 쏘카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타다 운전기사 A 씨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8년 10월 출시된 ‘타다 베이직’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출발지와 도착지, 시간을 입력하면 11인승 카니발을 이용할 수 있는 차량 호출 서비스였다. 택시 호출 앱과 비슷하지만 회사가 배차를 정해 기사를 딸려 보내주는 방식이었다. 택시가 아니라 렌터카였던 셈이다. 일반 택시보다 비쌌지만 승차 거부가 없었고, 친절한 서비스와 쾌적한 공간이 입소문을 타면서 1년여 만에 170만 명이 이용했다.
하지만 택시업계를 중심으로 ‘무면허 택시’라는 비판이 커졌고, VCNC 측은 차량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A 씨 등 운전기사 70여 명에게 2019년 7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A 씨는 실질적으로 VCNC의 지휘와 감독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였는데 일방적으로 해고당했다며 중노위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중노위는 쏘카를 사용자로 인정해 부당해고라고 판정했고, 쏘카 측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시작했다.
1심과 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쏘카 측이 A 씨에 대해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거나 운전기사들이 쏘카 측에 대한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 씨를 쏘카 소속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 씨의 업무 내용은 기본적으로 타다 서비스 운영자가 앱 등을 통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정해졌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한 노무 제공 관계에도 실질적인 종속관계를 바탕으로 근로자 여부를 따지도록 한 기존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며 원심대로 판결을 확정했다. 운전기사의 임금과 업무 내용, 복무규칙과 근태 등을 쏘카 측에서 결정하거나 지휘·감독했고, 근무 시간에 비례해 받은 보수도 ‘근로의 대가’로 봐야 한다는 점 등이 근거였다.
쏘카 측은 “대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쏘카 측은 “법원이 타다 드라이버 공급업체와 타다 서비스 운영사의 존재와 역할을 부정하고 차량공급업체인 쏘카를 사용자로 판단한 것은 기존 확립된 법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플랫폼사업의 특성을 간과한 판결”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을 내고 “그동안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던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의 시작을 알린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고용노동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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