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9시 반경 전남 장흥군에선 87세 여성이 밭에서 숨진 상태로 마을 이장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여성이 집에서 500m가량 떨어진 깨밭에서 장마 때문에 무성하게 자른 잡초를 뽑다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오전에는 경북 상주시에서 60대 남성이 전날 밭일을 다녀온 뒤 고열에 시달리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마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전국적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25일에는 하루에만 90명의 온열질환자가 쏟아졌다. 정부는 올해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만큼 온열질환 사망자 수가 지난해(32명)를 넘어 가장 더운 여름이었던 2018년(48명) 이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2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5월 20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856명으로 이 중 사망자는 4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온열질환자 수는 99명, 사망자는 1명 더 많다. 절차상 아직 반영이 안 된 장흥 사망자를 포함하면 현재까지 온열질환 사망자는 총 5명이다. 특히 장마철 막바지에 강수량이 줄고 한반도가 두 고기압에 갇혀 ‘습식 사우나’ 같은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최근 온열질환자가 급속히 늘었다. 이번 주 들어 22~25일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20명으로 지난주 같은 기간(41명)의 5.4배나 된다.
온열질환자 중에는 장흥과 상주에서처럼 장맛비에 돌보지 못한 논밭을 살피러 나갔다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성별로 보면 야외 활동이 많은 남성(79.9%) 비중이 높았고 온열질환 발생 장소는 작업장과 논밭, 비닐하우스가 전체의 과반(57.9%)을 차지했다.
보건당국은 올해 유례없는 더위가 예상되는 만큼 온열질환자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2018년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긴장하고 있다. 2018년 온열질환자는 4526명, 사망자는 48명 발생해 환자와 사망자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7월 말~8월 초에 온열질환자가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해 25일부터 2주 동안을 ‘폭염 피해 집중대응기간’으로 지정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폭염 취약계층 집중 관리에 나섰다. 지난해의 경우 온열질환 사망자 32명 중 25명(78.1%)이 이 시기에 발생했다.
주말인 27, 28일에도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최고 체감온도가 37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질병청은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가 내린 날은 오전 10시~오후 4시 외출을 자제하고 규칙적으로 물을 자주 섭취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장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상주=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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