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1심에서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수감 중)가 올 4월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을 접견하며 자신의 상황을 ‘대속’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속은 ‘종이 주인을 대신해 벌을 받는 일’을 의미한다.
26일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문주형)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측의 지속적인 사법방해 시도를 주장하며 이 전 부지사의 구치소 접견 기록을 공개했다.
접견 기록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올 4월 30일 국회의원 당선인 신분이던 민주당 중진인 A 의원 등과 면회를 하며 “당선인 여러분들도 누군가가 이렇게 대속을 했기 때문에”라는 대화를 나눴다.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대표를 한 번 만나 안부를 전해달라”거나 “우리 김광민 변호사가 활동할 수 있도록 대표님께 말씀해달라”고 A 의원에게 말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대속은 종이 주인 대신 벌을 받는 걸 의미한다”며 “피고인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자신의 희생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가 부인을 통해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접촉을 시도한 정황도 담긴 자료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 전 부지사는 올 4월 15일 부인 백모 씨를 접견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한 번 만나보라”고 말했다. 이에 이 백 씨가 “싫다”, “난리칠 거 아니냐”며 거부하자 이 전 부지사가 “아니 비공개적으로 비공개적으로”라고 말하며 달래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이 전 부지사는 1심 재판 중이었고, 징역 15년에 벌금 10억 원의 구형을 받고 선고를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원심 때와 같이 피고인이 정치권과 정당 대표를 끌어들여서 사법을 정치화했다. 재판지연으로 인해 소모적 논쟁이 계속되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됐다”며 “신속한 재판을 통해 구속기간 내에 선고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 전 부지사 측은 북한에 전달된 외화가 쌍방울의 자체적인 대북사업 추진을 위한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했다는 1심 판단과 달리 이 전 부지사의 측근 문모 씨가 직접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한 것으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뇌물이 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항소심에서 18명의 증인을 불러 조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 측으로부터 증인 신문 필요성에 대한 추가 의견을 제출받은 뒤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전 부지사는 이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2019년 경기도의 대북사업인 스마트팜 지원 비용 500만 달러와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쌍방울에 대납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을 제공받고, 쌍방울이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 자신의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한 자료를 쌍방울이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한편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뇌물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재명 전 대표의 첫 재판이 다음달 27일 열린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다음달 27일 오전 10시 이 전 대표 등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준비기일은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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