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이 5개월을 넘어선 가운데 범의료계 협의체가 주최한 ‘제1차 전국 의사 대토론회’가 26일 열렸다. 그런데 안 그래도 의사가 부족한 의료공백 상황에서 ‘의사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 등이 발표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의료를 살리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토론회 취지와도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는 26일 오후 2시 의협회관에서 ‘대한민국 의료 사활을 건 제1차 전국 의사 대토론회’를 열었다. 당초 의대 교수 등이 대거 휴진하고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올특위가 사실상 해산을 결정하고 연 마지막 행사여서 참석자는 많지 않았다. 휴진으로 인한 의료공백도 거의 없었다.
토론회에는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비상대책위원회와 각 시도의사회 등에서 약 30여 명이 참여했고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됐다. 토론회에선 현 수련제도의 문제점, 의료 규제 관련 개선 방안, 건강보험 수가 관련 문제 등이 다뤄졌는데 ‘의사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 발표도 있었다.
사직 전공의인 오건룡 대한의사협회(의협) 자문위원은 발표에서 젊은 의사들이 진출하기 쉬운 국가로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일본 등을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의료를 행할 수 있는 제도가 활성화돼 있고, 5월 기준으로 10개 주에서 이를 외국 의사에게 허용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오 사직 전공의는 “사직 후 이 자리에서 젊은 의사의 해외 진출 방안을 논의하게 된 것은 정부를 협박하려고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려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세계적으로 의료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직 전공의를 포함해 젊은 의사들이 해외로 진출할 경우 현재의 의료공백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현재 전공의들이 우리나라 의료 환경과 전망을 보며 우수 의료인력을 늘리기 노력하는 국가로의 해외 진출이 많은 상황”이라며 세션을 준비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의협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외국 면허 의사 국내 진료 허용’을 극구 반대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강원대병원과 충북대병원 교수 비대위가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의대 증원 취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의대 교수들은 “잘못된 증원 정책으로 3만 명 이상이 병원과 학교를 떠났다”며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취소를 주장했다.
환자단체는 대토론회와 집회 등으로 휴진한 의사들에 대해 비판했다. 중증질환연합회는 “의대 입학정원 증원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은 우리 국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떠나간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하는 노력이 오히려 현재 붕괴 직전의 지역의료를 살리는 대안”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 국가시험 접수 마감일인 이날에도 의대생들의 국시 접수는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이날 국시 실기시험 원서 접수를 마감했다. 의대생은 의대를 졸업한 뒤 국시 실기시험, 필기시험에 각각 합격해야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정부는 전날 “의대생들이 수업에 다수 복귀할 경우 국시 추가 응시 기회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대다수 의대생들이 이에 호응하지 않으면서 추가 국시도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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