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차 교통사고 매년 1200건
정비업체에 넘기면 20~30% 뒷돈
사망사고 내고 증거인멸 시도도
美, 순번제로… 호주, 속도 제한
문종찬 씨(32)는 올 4월 28일 새벽 경기 광주시의 한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앞에서 갑자기 멈춰 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부딪혔다. 충돌의 충격으로 허리를 다친 문 씨는 반파된 자신의 차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누워 119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현장에 구급차가 도착해 구급대원들이 대처하는 사이 제보를 받은 사설 견인차 5대가 서로 경쟁하듯 과속하며 사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중 한 대가 문 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치어 숨지게 했다. ● 연간 특수차 사고 1200건… “리베이트가 원인”
‘도로 위의 흉기’로 불리는 사설 견인차, 일명 ‘렉카(레커차)’의 난폭 운전 탓에 인명, 재산 피해가 매년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사설 견인차 등 특수차량이 낸 교통사고는 총 5990건이다. 매년 1200건꼴로 터지는 이 사고들로 인한 사상자만 5년간 9185명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특수차량은 견인형, 구난형, 특수작업형으로 나뉘며, 이들을 세분화해 집계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실제 현장에선 사설 견인차 사고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견인차들이 난폭 운전을 일삼는 원인으로 불법 리베이트가 지목된다. 국토교통부는 견인차 운임 요금을 법으로 정해 놓고 이보다 높은 요금을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견인업체들이 정비업체와 짜고 부품값을 제외한 사고 차량 수리비의 최소 15%, 통상 20∼30%를 리베이트로 받고 있다”며 “차량이 크게 부서진 사고일수록 리베이트 금액도 커서 난폭 운전을 유발하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경기 광주경찰서 조사 결과 앞서 문 씨를 치어 숨지게 한 견인차 운전자 박모 씨(32)는 사고 직후 자신의 견인차와 문 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모두 뽑아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당시 현장 구급차의 블랙박스 영상에는 박 씨의 견인차가 문 씨를 치고 지나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경찰은 박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넘겼고 현재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 美 테네시주는 견인차 순번제 시행
미국은 견인업체들의 과열 경쟁을 막는 제도를 마련해 법으로 시행 중이다. 미국 테네시주(州)에선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가 특정 견인업체를 호출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주 경찰에 등록된 견인업체들이 정해진 순번에 따라 차례대로 돌아가며 출동한다. 견인차 여러 대가 경쟁적으로 난폭 운전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호주에선 견인차량의 운행 속도를 시속 80km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조경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설 견인업체들이 플랫폼을 형성한 뒤 콜을 받는 형태로 시스템을 개편하거나 보험사, 제조사 등의 용역을 받아 일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견인차의 난폭 운전으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전자와 사업주에 대한 처벌 및 관리·감독 강화 등 국회에서 관련 법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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