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에게 사퇴하라고 하면서 내분이 최고조에 치달았다. “전공의 일은 전공의들이 정할 텐데 임현택 회장이 주도권을 놓지 않고 의사 단체장으로서 전략마저 부재하다”며 낸 ‘최후통첩’이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6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회장 시절, 의협은 필요할 때 ‘그래도 너흰 잃을 게 없잖아’라며 학생들을 전면에 내세웠고, 돌아서면 ‘그래서 너넨 아직 의사는 아니잖아’라며 외면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2020년에도 다르지 않았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임현택 집행부가 학생들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의협은 구시대적 질서를 탈피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젊은 의사들이 마음껏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의협 회장 선거 투표권 확보를 위한 의대생 준회원 자격 부여 △현재 5석인 대의원회 전공의 의석을 25석 이상으로 확대 △전공의 회비 감면 등을 의협에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26일 박 위원장은 “해체가 아니라 중단이라는 의협. 취소가 아니라 철회라는 정부와 다를 게 뭔가”라며 “임 회장은 아직도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다면 이제는 부디 자진 사퇴를 고려하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의협이 의료사태 해결을 목표로 만든 범의료계 협의체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중단을 꼬집은 모양새다. 올특위는 전공의 단체와 의대생 단체 불참으로 파행을 거듭하다 26일 운영을 중단했다.
박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올특위 참여를 거부하다, 최근 해체까지 촉구했다. 임 회장이 지난 5월 취임 일성으로 “범의료계 협의체를 꾸려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말하자 “협의한 바 없고 임 회장의 독단적 행동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의협이 △의대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쟁점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행정명령과 처분 즉각 소급 취소라는 요구안을 내놓은 데 대해 박 위원장은 “대전협 7대 요구안에서 명백히 후퇴했다. 임 회장은 최대집 전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2020년 의대정원을 400명씩 10년간 늘린다는 발표로 촉발된 사태 때 최대집 당시 의협 회장은 정부와 “증원을 보류한다”고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를 배제했다는 주장 등 파장이 상당했고, 당시 대전협 회장과 최 회장은 수년간 손해배상, 명예훼손 소송전도 벌였다.
이번 갈등도 유사하다. 박 위원장은 전공의 개개인이 숙고 끝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정부 요구안 마련과 병원 복귀 여부 모두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본다. 의협이 의사 법정단체이긴 해도 전공의와 의대생 대신 정부와 대화할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특히 임 회장은 의협 내부 의견도 안 듣는다는 게 박 위원장 판단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임 회장은 대의원회, 시도 의사회, 교수, 전공의, 의대생 목소리를 무시하며 협의체(올특위)를 지키고자 하는 저의는 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의료계 내에서는 임 회장 탄핵설까지 언급됐다. 거친 발언으로 내부 신망을 잃던 임 회장은 협의도 안 된 ‘무기한 휴진’을 입에 올렸다가 화를 자초했고 의대증원 문제에만 몰두한 나머지 의료 현안을 의협 회장으로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의사들은 양측 관계가 회복 불능에 이르렀다고 본다. 임 회장의 독단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며 박 위원장 발언에 공감하는 이도 있지만 ‘내부 총질’은 지금 상황에 하등 도움 안 된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의협 감사를 맡고 있는 김경태 경기 성남시의사회장은 “지방 자치제처럼 의협은 산하단체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다. 의협 회장은 이끄는 위치고, 산하단체의 이해를 돕고 발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양측 갈등의 책임은 의협 회장에 훨씬 더 크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위원장을 지지하나 임 회장 비난 글을 계속 공개적으로 올리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임 회장과 박 위원장의 관계에 감정의 골이 깊어져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사이가 된 거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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