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단법인 총회 안건 서면 결의는 무효…민주적 방식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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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7월 30일 12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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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 뉴스1
대법원 전경 ⓒ 뉴스1
= 대면 회의 없이 서면으로 대의원 총회 안건을 통과시킨 사단법인의 의사결정 방식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협회 회원인 A 씨 등이 한국지체장애인협회를 상대로 낸 임시대의원총회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협회는 2020년 12월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회장 연임은 1회만 가능하다’고 명시한 정관 삭제 안건을 대의원 454명 중 449명의 찬성으로 서면결의했다.

서면결의란 별도의 물리적 총회를 열지 않고 안건에 대한 의사 표시를 우편 등을 통해 서면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정관 변경에 따라 7~8대 협회장을 지낸 B 씨는 이듬해 다시 한번 입후보하여 9대 회장에 당선되었다.

A 씨 등은 대의원들이 직접 참석할 수 있는 총회를 열지 않은 데다 당사자의 익명을 보장하는 무기명 투표를 실시하지 않았으므로 안건 변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정관상 서면결의에 의한 총회를 허용하는 규정은 없고, 안건에 회원 본인의 서명날인을 받아 비밀투표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협회 측은 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해 보건복지부에 비대면 총회가 가능 여부를 유선으로 문의했고, 서면결의도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1심은 “절차상 하자가 없다”며 서면결의가 정당하다고 봤다.

서면으로 총회를 열 수 없다는 금지조항이 정관에 없는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회의 방식 논의도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사실도 사전에 충분히 안내되었다는 점도 참작했다.

그러나 2심은 “부적절한 사단법인 총회 방식”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9대 회장 선임 결의도 무효가 됐다.

2심 재판부는 “사원총회는 회의 목적을 토론한 후 결의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런데 서면결의는 찬성과 반대, 기권 등 택일적 선택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고 원안을 수정하여 결의하는 등의 조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면결의는 여러 사원의 의사를 모아 토론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이 아닌 변칙적인 방식”이라며 “사단법인의 총회 방식으로 부적절하다”고 판시했다.

정관에서 서면결의를 허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무효 판단 사유가 됐다. 민법에 따르면 ‘총회 결의는 정관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과반수 출석과 출석자 결의권의 과반수로 한다’고 규정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회의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에는 “회장 연임제한 부분을 삭제하는 안건은 시간적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급박한 결의를 요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은 “총회 소집·개최 절차 없이 서면결의로 진행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정관변경결의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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