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을 폭로하겠다”며 전 연인을 협박해 교제를 강요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BJ)가 대법원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31일 강요미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3개 혐의로 기소된 BJ 박모 씨(40)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박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박 씨는 2020년 4월 연인이자 BJ였던 A 씨로부터 결별 통보를 받자,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서 A 씨의 사생활을 폭로할 것처럼 여러 차례 협박한 혐의(강요미수)를 받았다. 또 박 씨는 약 30명의 기자에게 ‘A 씨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는 허위 사실을 이메일로 제보해 A 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명예훼손)도 받는다.
재판부는 이날 이 두 가지 혐의에 대해 “박 씨가 A 씨에게 해약의 고지를 해 협박한 사실이 인정되고, 명예훼손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유죄를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 씨가 A 씨에게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 등을 반복적으로 보낸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미안하다’ ‘보고 싶다’ ‘같이 잘 해결하자’ ‘걱정된다’ ‘연락 달라’는 내용 등은 다르게 해석되거나 반어적, 비유적 의미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문언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각 문언의 내용이 사회 통념상 일반인을 기준으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박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씨와 검찰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은 박 씨의 강요미수와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다만 “박 씨가 A 씨에게 보낸 메시지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으로 볼 수 없다”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일부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례적으로 검찰에 “꼭 상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부모님께 상고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결하면 피해자 측에서 더 이상 다툴 권한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은 정보통신망법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무죄를 선고한 잘못이 있다”며 상고했다.
피해자인 A 씨는 지난해 2월, 1심 선고 직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병원으로 즉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같은 해 9월 끝내 숨졌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피해자 가족이 수긍할 수 있는 선고가 나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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