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예방, 게임으로 배우니 쏙쏙”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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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아동학대 예방 게임 제작… 관내 교육기관 등 300곳에 배포
방임-학대 증거 찾는 미션 등… 몰입감 높은 교육 콘텐츠 호응
전국 지자체에도 제공하기로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우면행복한꿈터 지역아동센터에서 한 아이가 게임을 하며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받고 있다. 서초구는 자체 제작한 이 콘텐츠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할 방침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우면행복한꿈터 지역아동센터에서 한 아이가 게임을 하며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받고 있다. 서초구는 자체 제작한 이 콘텐츠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할 방침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매년 들어야 하는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이렇게 게임으로 하니깐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우면행복한꿈터에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듣던 이희국 군(12)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이 군 등 아동 9명은 ‘게임’으로 교육을 받았다. 이 군은 “강의는 매년 들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어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며 “같은 내용도 게임 형태로 하니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미션 완료하면 아이 구출 게임으로

서초구는 게임 형태로 만든 온라인 아동학대 예방 교육 콘텐츠를 보육·교육기관 등 300곳에 배포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군이 받은 교육도 이 게임으로 진행됐다. 구 관계자는 “게임 구조를 접목해 아동학대 예방 콘텐츠를 만든 것은 서초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는 학대를 받은 아이의 시간이 멈춘 가상의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우리 마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어른들의 말에도 마을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아동학대의 흔적과 증거를 찾아 수집해야 한다. 방임을 비롯해 신체·정서·성적 학대 등 4가지 유형별로 정해진 미션을 완료하면, 아이를 위험 상황에서 구하는 미니 게임이 이어진다. 증거를 모으면 아이들의 시간이 다시 채워지며 흘러가게 된다.

구 관계자는 “배고픈 아이에게 햄버거 만들어주기, 악마를 피해 경찰서로 신고하러 가기 등의 게임을 적절히 배치해 아이들이 이 교육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아이들은 저마다 화면을 바라보며 ‘학대의 증거’를 찾았다. 게임 속 한 아이가 강아지 배설물과 방치된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방치된 상황을 본 아동은 “아, 정말 화나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선미 우면행복한꿈터 센터장은 “매년 의무적으로 교육을 해야 하는 시간이 있는데 강의로 하다 보면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는 것을 느꼈다”며 “요즘 유행하는 게임 형식으로 진행하니 아이들이 더 흥미로워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게임처럼 배워서 좋아요”

교육에 참여한 아이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구가 지난달 307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약 95%가 “전반적인 프로그램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아동학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답변은 93%였다. 응답자들은 ‘게임처럼 직접 이동하며 아동학대 문제를 배울 수 있어 좋다’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다’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등을 이유로 꼽았다. 지난달 17일 기준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도 약 1만3500명에 달한다.

구는 전국 지자체에 이 콘텐츠를 배포하기로 했다. 전국의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쉽게 인식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아동학대 사건 대부분이 가정에서 일어나는 만큼 부모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심리검사도 지원한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부모 쉼터, 부모-자녀 관계 개선 집단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을 해나갈 방침”이라며 “우리의 미래인 아동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 예방#게임#서초구#교육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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