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들이 31일 하반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모집을 마감했으나 5대 대형병원을 포함해 수련병원 대부분에서 지원자가 아예 없거나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 2월 전공의 병원 이탈 후 복귀 대책을 8번이나 내놓은 정부로선 더 이상 내놓을 정책이 없어 속수무책인 상황이 됐다. 의료계에선 ‘연내 의료공백 해소는 힘들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 5대 대형병원 전공의 모집인원 1%만 지원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126곳은 이날 오후 5시까지 하반기 수련 전공의 모집을 진행했다. 총 7645명을 모집했으나 병원마다 지원한 전공의는 아예 없거나 극소수에 불과했다.
인턴 159명, 레지던트 32명 등 총 191명을 모집한 서울대병원의 경우 인턴 3명, 레지던트 2명 등 총 5명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턴과 레지던트를 합쳐 총 714명을 모집한 세브란스병원 역시 지원자는 5명에 불과했다. 총 521명을 모집한 삼성서울병원은 “지원자가 10명 내외에 불과했다”고 밝혔고, 총 440명을 모집한 서울아산병원은 “5명 미만이 지원했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 등 8개 수련병원을 산하에 둔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총 1017명을 모집했으나 지원자가 레지던트 14명에 불과했고 인턴은 없었다. 5대 대형병원 지원자가 모집인원(2883명)의 1%가량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는 “지방 대학병원을 사직한 전공의가 수도권 대형병원에 지원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의대 교수들의 ‘수련 보이콧’ 방침 등으로 상향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 대학병원의 경우 지원자가 더 적어 대구·경북 지역 수련병원 7곳에는 지원자가 단 1명뿐이었다. 지방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북대병원 등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상급종합병원 47곳 중 절반가량에서 지원자가 ‘0명’이었다고 한다.
● 양보 거듭한 정부 체면만 구겨
정부는 전공의 병원 이탈 초기 “사후 구제나 선처는 없다.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실제로는 5개월 동안 마지노선만 6차례 제시하며 뒤로 물러서길 반복했다.
먼저 첫 번째 복귀 ‘마지노선’이었던 2월 29일까지 복귀가 미미하자 데드라인을 연휴 이후인 3월 3일로 연장했다. 3월 11일에는 “면허정지 처분 절차를 마치기 전 복귀하면 선처하겠다”고 했고 같은 달 2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건의를 받아들이며 면허정지 처분을 유예했다.
6월 4일에는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철회 및 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중단을 발표하며 “30∼50%가 복귀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실제로 복귀한 전공의는 거의 없었다. 이에 지난달 8일 “모든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철회하겠다”면서 수련 특례까지 약속했으나 정부가 제안한 마지막 마지노선인 지난달 15일까지도 복귀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정부가 거듭 물러섰지만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며 정부 정책 신뢰도만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사직 전공의 대부분이 하반기 미복귀를 택하며 의료공백이 연내에 해결될 가능성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에선 “내년도 의대 신입생이 전공의가 되는 2031년에나 의료공백 사태가 완전히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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