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유용 의혹에 반환 청구
1·2심 모두 원고 패소 판결
대법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가능"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설 ‘나눔의집’ 후원금 유용 의혹 이후 후원자들이 후원금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후원금 취소가 가능하다며 후원자의 손을 들어줬다. 후원금 취소가 불가하다는 원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일 오후 후원자 A씨가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을 상대로 낸 후원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나눔의집 직원인 공익제보자들은 지난 2020년 3월 나눔의집 운영 과정에서 피해자 할머니를 향한 정서적 학대와 후원금 횡령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경기도 광주시,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했다.
경기도 민관합동수사단의 조사 결과 국민들이 낸 후원금은 나눔의집이 아닌 법인 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인 후원금 약 88억원 중 할머니들이 실제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집 양로시설로 보낸 금액은 2억원에 불과했다. 또한 할머니들에 대한 정서적 학대 정황도 발견됐다.
이에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반환소송 대책모임’은 후원금 9000여만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후원금이 할머니들을 위한 치료 및 주거, 복지 등에는 쓰이지 않았다는 보도를 접하고 참담했다”며 “후원금의 사용처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취지와 목적에 맞게 조치하는 건 후원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소송 취지를 전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인 측이 후원금을 횡령할 목적으로 후원자를 기망해 후원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피고가 후원금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 지원에 사용할 의사가 없었는데도 이러한 용도로 사용할 것처럼 원고들을 기망했다거나 착오에 빠뜨려 후원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책모임 측은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은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후원자들이 맺은 후원 계약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쓰인다는 목적에 있고, 계약의 중요 부분이기 때문에 민법상 착오에 의한 취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고는 피고의 후원 안내에 따라 후원금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되어 왔거나 현재도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인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인식은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에 대한 단순한 예측이나 기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예측이나 기대의 근거가 되는 현재 사정에 대한 인식도 포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피고가 표시하고 원고가 인식했던 후원계약의 목적과 후원금의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하고, 원고가 이러한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 후원계약 체결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평균적인 후원자의 관점에서도 그러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책모임이 제기한 이번 소송에는 23명이 참여했으나 1·2심에서 모두 패소하면서 후원자 A씨만 혼자 남아 재판을 이어왔다.
A씨는 2017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31회에 걸쳐 나눔의집 홈페이지에 안내된 계좌로 월 5만원의 후원금을 납입해왔다. 이번 판결에 따라 나눔의집으로부터 후원금을 돌려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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