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서 떨어진 음료를 주워 넣어줬다는 이유로 무인매장에 얼굴 사진이 박제된 남성의 반전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싱글벙글갤러리’에는 ‘무인샵에 박제당함’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 씨는 “새벽마다 아들이 키우는 사마귀 먹이 잡으러 집 밑에 있는 무인샵에 간다. 매장 앞에 벌레가 많이 매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이날도 사마귀 먹이를 위해 가게 앞에서 나방과 귀뚜라미를 잡았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가게 안에는 아이스크림 냉동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A 씨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보통 무인 가게 점주들은 경고 하기 위해 절도범 사진을 붙이지만, A 씨는 ‘선행 시민’으로 소개한 것이다.
안내문에는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분이 그냥 두고 가신 건데 바쁘신 와중에 밖에 있는 제품을 냉장고 안에 넣어주셔서 감사하다. 연락해 주시면 조그마한 성의 표시를 하려고 한다”는 글과 함께 점주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A 씨는 “나이 먹더니 쓸데없는 오지랖만 늘어서 어디 갈 때마다 열려 있는 냉장고나 널브러진 물건들, 땅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정리하는 버릇이 있다”며 “저 날 캔커피 한 개가 밖에 있길래 냉장고에 넣어드렸더니 연락 달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저 무인샵에선 양질의 사마귀 먹이를 얻고 있기 때문에 서로 상부상조하는 셈이라 연락은 따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벌레도 잡아주고 물품도 정리해 주니 정말 고맙겠다”, “무급 아르바이트생 아닌가”, “무인매장 사진 올라오면 도둑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이 ‘초상권 침해로 신고 안 해도 되냐’고 묻자 A 씨는 “가게에서 내 얼굴 다 가려서 올렸다”고 답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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