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시청역 역주행 참사의 원인을 ‘운전자 과실’이라고 결론 내렸다.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는 사고 당시 차량 속도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보행자 보호용 가드레일(방호울타리)을 향해 핸들을 꺾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당시 최고 속도는 시속 107km로 나타났다.
1일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사고 원인은) 피의자의 운전 미숙”이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가속장치, 제동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기록장치(EDR)도 정상적으로 기록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차 씨는 지난달 1일 사고 이후 줄곧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경찰 수사 결과는 전혀 달랐다.
사고 당시 차 씨가 브레이크가 아니라 가속페달을 밟은 사실도 확인됐다. 류 서장은 “(사고 당시) 가속페달 변위량은 최대 99%에서 0%까지로, 피의자가 밟았다 뗐다를 반복한 것으로 기록됐다”고 설명했다. ‘변위량 99%’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 ‘풀액셀’ 상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의자가 신었던 신발 바닥에 가속페달을 밟은 흔적이 남은 점, 주행 당시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점 등도 경찰이 확보한 주요 증거였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일 차 씨는 인도에 있던 시민들을 들이받은 뒤 마지막 BMW 차량을 치고 나서야 브레이크를 밟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로 돌진할 때 차 씨의 차량 속도는 시속 107km로 사고 순간을 통틀어 가장 빨랐다.
차 씨는 운전대를 인도 방향으로 꺾은 이유에 대해 “가드레일과 (일부러) 충돌하면 속도가 줄어들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울타리를 충격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해당 지점의 가드레일은 애초에 충돌 사고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할 수 없는 가드레일이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2012년에 설치된 이 가드레일은 ‘보행자용’으로 단순 무단횡단이나 자전거 쓰러짐 사고를 막기 위한 목적에 불과했다. 사고 이후 서울시는 관내 가드레일이 설치된 1만2614곳 중 1만509곳(83.8%)이 보행자용 가드레일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사고로 총 9명이 숨진 가운데 유족들과 다른 부상자 등 피해자 전원은 합의 없이 차 씨의 엄벌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지난달 30일 차 씨에 대해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했다. 경찰은 1일 차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업무상 과실치사상)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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