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을 가리지 않고 펄펄 끓는 무더위가 계속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온열질환자가 역대급이었던 지난해에 비해서도 환자 수가 더 늘어나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5일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신고현황’에 따르면 집계를 시작한 5월 2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1546명으로 확인됐다. 이 중 사망자는 11명이다.
특히나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1일엔 올 들어 처음으로 일일 온열질환자 수가 100명을 넘어선 116명을 기록했다. 이틀 뒤인 3일에는 그보다 많은 154명의 온열질환자와 사망자 3명까지 발생했다.
이는 2022년 대비 온열질환자 수가 80%나 증가하면서 역대급 기록을 세웠던 지난해보다도 환자 수가 많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1536명, 사망자는 19명이었다.
올 들어 온열질환자는 남성이 77.9%(1204명)로 여성(22.1%, 342명)보다 많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5세 이상 노령층이 31.4%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50~59세 19%, 60~69세 17%, 40~49세 14.2%, 30~39세 12.6%, 80세 이상 11.6%, 70~79세 11.4%, 20~29세 10.6% 순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나이가 많으면 아무래도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복용하고 있는 약에도 영향을 받아 온열질환자도 많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시간대는 15~16시(11.9%)였다. 그 뒤는 14~15시(10.9%), 06~10시(9.9%), 16~17시(9.6%), 13~14시(8.9%) 순이었다.
발생 장소는 실외가 79.6%로 작업장이 29.6%, 논밭이 15.9%로 1, 2위를 기록했다. 실내에서도 20.4%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는데, 그 중 집이 6.7%를 차지했다.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등 온열질환 중 가장 많이 발생한 질환은 열탈진(53.3%, 824명)이었다.
일사병이라고도 불리는 열탈진은 장시간 더위에 노출된 상황에 수분이나 전해질 보충이 원활하지 않으면 발생한다. 증상은 어지럼증, 피로, 오심, 무력감, 발열, 발한, 빈맥, 구토, 홍조, 혼미 등이 있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열탈진이 발생할 경우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줘야 한다”며 “만약 40도 이상의 고열이나 의식 변화가 발견되면 급속냉각요법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열탈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환자 수(23.5%, 363명)를 기록한 질환은 열사병으로 열탈진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땀이 나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 대신 구토와 오심이 심하고 의식 변화가 나타나고 심부체온은 40도가 넘어가게 된다.
손 교수는 “열사병은 노인이나 심장질환자, 치매 환자, 알콜중독자, 정신질환자 등이 오랜 기간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발생한다”며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즉시 그늘로 옮기고 옷을 풀어 시원한 물수건으로 닦으며 빠르게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환자에게 찬 물을 마시게 하는 건 체온을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의식이 없는 경우 질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206명(13.3%)의 환자가 발생한 열경련은 무더위에 장시간 운동한 뒤 발생하는 근육 경련을 말한다. 원인은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전해질 이상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열경련이 나타나면 시원한 그늘에서 근육을 스트레칭하고 최소 몇 시간은 격렬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 안정을 취하면서 전해질이 포함된 수액을 마시거나 보충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되는데, 전해질 음료가 없다면 1리터 물에 소금 한두 티스푼을 넣어 마시면 된다.
무더위에 가벼운 실신 증상을 보인 열실신 환자도 129명(8.3%) 발생했다.
손 교수는 “열실신은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단순 열실신은 안정을 취하면 대부분 쉽게 회복된다”며 “시원한 그늘을 찾아 호흡이나 맥박에 주의하면서 머리를 낮게 하고 수액을 보충해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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