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가 이어지던 지난 주말 전국에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올해 14명으로 늘었다. 5일 강원 강릉에서는 17일째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강릉에서 열대야 관측을 시작한 1911년 이래 가장 긴 지속 일수다. 서울과 광주는 15일째, 대구는 16일째, 제주는 21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온열질환을 피하려면 평소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누구나 피해를 당할 수 있어 이젠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 10, 20대도 온열질환으로 병원행
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20일부터 이달 5일 오후 4시까지 전국에서 온열질환자가 총 1690명 발생했다. 이 가운데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질병청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추정 사망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 온열질환 관련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4일 전남 동부지역에선 노인 5명이 밭에서 일하다가 쓰러져 숨졌다. 고흥군 동일면 밭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김모 씨(78)의 당시 체온은 41도였다. 순천에서도 노인 3명이 숨졌는데 당시 체온이 모두 40도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군위군 의흥면에서도 70대 남성이 참깨밭에서 일하다가 숨졌다.
폭염 피해는 더 이상 연령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3일까지 병원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 중 40대 이하 비중은 39.5%에 달했고 실내 온열질환자 비율도 20.4%나 됐다. 이준형 인제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도 폭염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외부 활동을 오래하면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연일 최고 40도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4일 “도쿄에서 지난달 열사병으로 123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121명은 실내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실내 사망자 중 79명은 사망 당시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 폭염의 일상화… “15일까지 이어질듯”
올해 폭염은 최소 15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기상청은 15일까지 전국적으로 최고기온이 33도 안팎이라고 예보했다. 당장 7일까지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낮 최고기온은 35도 내외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열대야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4일까지 전국 평균 열대야 발생일은 12일이다. 평년 같은 기간(1991∼2020년·3.7일)보다 훨씬 길다. ‘역대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 같은 기간(9.5일)보다도 더 길다.
올해 최저기온과 습도는 2018년보다도 높아 더 덥게 느껴진다. 올해 7월 평균 최저기온은 23.3도로 2018년보다 0.7도 높았다. 전문가들은 “최저기온과 습도가 높게 유지되면 체감온도가 더 높아지는데 이때 온열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전국 17개 시도에 ‘폭염 현장 상황 관리관’을 파견해 폭염 대처 상황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폭염을 자연 재난에 포함해 관리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폭염으로 현장 상황 관리관을 파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