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양궁 카페에서 한 여성이 화살로 10점을 맞추고는 기쁨에 방방 뛰었다. 다른 일행 사이에서는 “카메라 한 번 깨야 하는데”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동행보다 점수가 뒤떨어지는지 간혹 탄식이 터지기도 했다.
최근 파리올림픽에서 양궁 국가대표단이 선전하면서 양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평일인데도 이날 카페 안에 있는 16개 사로(사격 구획)에는 친구나 연인끼리 방문한 손님들로 거의 다 들어차 북적거렸다.
◇“손님 적어도 다섯 배 이상 늘어”…“전역 후 취미로 양궁 괜찮을 듯”
양궁 카페를 찾은 방문객들은 차례대로 좌석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대기하다 순서가 되면 양궁 장비를 착용하고 활 쏘는 법을 배웠다. 강사는 “활은 당기는 게 아니라 드는 것”이라며 “아마 선수들 하는 걸 봤을 텐데 이 줄을 턱에 딱 붙여준다. 텐션(장력)이 일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문객들은 제각기 활을 쏘고는 고개를 들어 천장에 달린 스크린을 통해 과녁을 확인했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고개를 젓는 사람도 있었다.
양궁 카페 방문이 처음이라는 강유진 씨(25·여)는 “TV에서 활 쏘는 걸 보기만 했는데 실제로 와서 쏴보니 10점을 맞추는 게 기분이 좋았다”며 “2세트까지는 점수가 잘 나왔는데 그 이후 점점 명중률이 낮아져서 실제 선수들이 하는 건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군인 신분으로 휴가를 나온 박 모 씨(22·남)는 “생각보다 (과녁이) 잘 맞았고 시위를 당기는 손이 조금 아팠다”며 “전역하고 취미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양궁이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강 모 씨(24·여)는 “(올림픽 전에 비해) 적어도 다섯 배 이상 (손님이) 많다”며 “90%는 처음 배우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사장 정 모 씨(60·남)는 “선수들이 쏘는 것을 보고 (손님들이) 해보고 싶다며 온다”며 “양궁은 외국 선수들도 다 국내 장비를 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엘리트스포츠로만 자리 잡고 생활스포츠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내 이름과 같은 김우진 선수 인상 깊어”…“많은 사람들 양궁 접해봤으면”
인근의 다른 실내 양궁장에서 만난 중학생 조 모 군(14·남)은 “도쿄올림픽에서 김제덕 선수가 활 쏘는 것을 보고 멋있어서 (양궁을) 시작했다”며 “우리 학교에 양궁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는데 양궁에 미쳐서 걸어올 때마다 활 쏠 생각에 신난다”고 했다. 조 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취미로 양궁을 배워왔다.
용인에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김우진 씨는 “양궁은 처음인데 올림픽 보고 재밌어 보여서 왔다”며 “(과녁을) 맞출 때 쾌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파리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딴 양궁 국가대표이자 자신과 이름이 같은 김우진 선수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웃었다.
9년째 실내 양궁장을 운영하는 최우석 씨(43·남)는 “올림픽 영향은 한 석 달 가고 길면 6개월도 간다”며 “도쿄올림픽 때는 매출이 10배 정도 났다”고 반겼다.
서울시 강동구 양궁협회장과 대한생활체육연맹 홍보이사를 겸임하고 있다는 최 씨는 “(양궁은) 노력하는 만큼 나오고 운동 신경이 좋다고 플러스 되는 건 없는 스포츠”라며 “우리나라가 잘 쏘는 이유는 연습량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인기에 비해 양궁은 배울 곳도 없고 장비도 너무 비싸다”며 “서울은 땅값이 비싸 국궁장만 있고 야외 양궁장이 없는데 그래서 서울에서 활 쏘는 분들이 지방으로 내려간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강동구 체육회를 통해 야외 양궁장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하는데 서울시에 허가받는 게 문제”라며 “인구가 줄어들면서 선수들이 자꾸 줄어드는데 조금 더 저변을 확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양궁을 접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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