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요” 모바일청첩장 클릭 순간, 수천만원 털려…법원 “안 갚아도 된다”

  • 뉴스1
  • 입력 2024년 8월 8일 09시 35분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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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로 ‘모바일 청첩장’을 눌렀다가 스미싱 범행을 당해 자신도 모르게 대출 빚이 생긴 피해자가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비대면 금융거래의 경우 본인확인 절차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금융기관들이 본인 확인 절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한나라 판사는 A 씨가 케이뱅크, 미래에셋생명보험, 농협은행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23년 3월 모바일 청첩장 메시지를 열었다가 휴대전화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스미싱 범행을 당했다.

스미싱 조직은 A 씨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취득한 후 A 씨 명의로 저축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본인 인증을 진행하는 방법으로 케이뱅크에서 A 씨의 명의로 8150만원을 대출받고, 미래에셋생명보험에서 958만원의 보험계약 대출을 받았다. 또 농협은행에 있던 A 씨의 주택청약종합저축 계좌를 해지해 1179만원을 지급받아 다른 계좌로 송금했다.

이후 A 씨가 피해금 일부를 반환받아 대출금을 상환해 케이뱅크 대출금은 3900만 원이 남았다.

A 씨는 “금융기관이 본인확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케이뱅크와 미래에셋생명보험에 대출채무가 없고, 농협은행은 자신에게 1179만원을 반환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반면 금융기관들은 “A 씨 명의 휴대전화 본인인증 등 법이 정한 본인확인 조치를 취했으므로 대출거래 약정과 저축 해지는 유효하다”고 맞섰다.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스미싱, 메신저 피싱의 특성을 감안해 본인확인 절차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같이 전자금융거래이면서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경우, 금융회사는 주의의무를 다하고 사고를 방지하는 행위를 다함으로써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판단할 때는 금융기관이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에서 정한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금융기관이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에 의한 본인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으므로 A 씨의 대출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다.

실명확인증표의 사본 제출은 ‘본인이 원본을 직접 촬영한 사본’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데, 단순히 휴대전화에 이미지파일 형태로 보관한 신분증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운전면허증에 기재된 정보를 입력하도록 했을 뿐 영상통화를 추가로 요구하는 등의 본인확인조치 방법을 보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농협은행이 저축 해지와 관련해 거친 계좌비밀번호 확인은 비대면 본인인증절차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면서, 여전히 A 씨가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따른 예금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해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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