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풀가동 허사, 100마리씩 폐사…오리농가 ‘죽을 맛’

  • 뉴시스
  • 입력 2024년 8월 8일 13시 47분


코멘트

열대야·폭염 장기화에 오리농가 울상
밤이면 껐던 대형선풍기 24시간 가동
지붕열차단·영양제 공급에도 폐사수↑

ⓒ뉴시스
“올해는 하루도 거르는 날 없이 폭염특보가 내려지네요. 제대로 된 출하는 어렵겠습니다.”

20일째 폭염 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8일 오전 전남 나주시 죽동리 한 오리 농가. 축사 입구에는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며 지열을 낮추기 위해 콘크리트 바닥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축사 내부는 32~33도. 볕이 내리쬐는 야외보다 비교적 시원했지만 오리들은 연일 지속되는 무더위 탓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축사 곳곳을 누벼야 할 오리 무리는 체력이 방전된 듯 꿈쩍 않고 앉아 있었다. 몇몇 오리는 물을 먼저 마시기 위해 생존을 위한 쟁탈전도 벌였다.

가끔 부는 바람을 쐬려 창가에 바짝 붙은 오리 무리도 눈에 띄었다.

농장주 임모(57)씨는 이날 아침도 어김없이 폐사한 오리를 치웠다. 축사 청소를 막 마친 그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올해 들어 폭염 장기화와 잦은 열대야 탓에 폐사율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탓에 밤이면 껐던 대형 선풍기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오리들의 기력 보충을 위해 비타민, 소금 등을 물에 섞어 배급하고 지붕에 열 차단 그늘막도 설치했지만 늘어나는 폐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름철 하루 평균 오리 30~40마리가 폐사한 이 농가는 올해는 많게 오리가 100마리까지 죽었다.

농가는 이달 말 출하를 앞두고 시름이 깊다.

임씨는 “그나마 하루 종일 선풍기 돌리고 영양제를 타 먹이니 이 정도 오리가 자랐지 안 그랬다면 폐사량이 늘었을 것”이라며 “폭염이 장기화한다면 제대로 된 출하를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자체의 햇빛 차단막 지원도 강조했다.

임씨는 “시에서 오리 비타민제 공급 지원량을 대폭 늘려주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햇빛을 차단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기준 전남 지역에선 폭염으로 오리, 닭, 돼지 등 가축 10만2464마리가 폐사했다.

[나주=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