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있는 서울경찰청에서 만난 하동진 청소년보호계장(44)은 이렇게 말했다. 온라인 도박이 영화 소재 등으로 쓰일 만큼 사회적 관심이 쏠린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다. 하 계장은 “도박 공급자를 막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며 “오늘날 수요자인 청소년이 ‘평생 고객’이 되지 않도록 기관들이 협업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 계장은 청소년 분야 경력만 10년이 넘는 베테랑 경찰이다. 그는 청소년 도박 문제 근절을 위해 △사전 예방 △치유 및 재활 △인식전환 등 3가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 예방 대책에는 ‘긴급 스쿨벨’ 발령이 대표적이다. 서울청은 청소년 도박 예방과 대응을 위해 서울 내 학교 1374곳과 학부모 78만 명을 대상으로 올해 첫 긴급 스쿨벨을 5월에 발령했다. 긴급 스쿨벨은 청소년 범죄가 발생할 경우 학교와 학부모에게 주의 및 대응 요령 등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시스템으로 지난해 서울에 도입됐다. 하 계장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도박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예방치유원) 등 치유·재활센터와 연계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예방치유원은 도박 중독 관련 치유 및 재활 프로그램을 중점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다. 서울경찰청이 2022년 예방치유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청소년 도박 예방 및 치유 체계를 구축했다. 하 계장은 “처벌만 하면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에 재범 방지를 위한 예방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예방치유원으로 연계된 도박 중독 청소년은 지난해 26명에서 올해 1~6월 180명으로 늘었다.
하 계장은 ‘청소년들의 인식 부재’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도박을 범죄가 아닌 단순 게임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는 “‘바카라’처럼 몇 초 안에 결판이 나는 도박이 청소년 사이 트렌드가 됐다”며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청소년들이 실물 감각이 없어 금전적 피해가 더 커진다”고 우려했다. 또 대출이 안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편하게 돈을 빌려준다고 접근해 ‘고금리 소액대출’을 해주는 이른바 대리입금(댈입) 등의 불법 사금융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도박은 돈 벌 수 없는 구조’라는 사실을 청소년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게 하 계장의 생각이다.
서울청은 예방치유원 등 관계부처와 청소년 도박 관련 간담회를 추진하기 위해 조율 중에 있다. 방학 기간인 도박 중독 청소년에 대해 집중 치유 및 상담 연계 활동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도박중독 추방의 날인 9월 17일까지 첩보수집기간 운영하고 기존 ‘청소년 도박 릴레이 챌린지’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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