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교수 비대위 8일 의견서
"전공의 부재 등으로 진료의 질 저하"
"의개특위 등 정책결정 과정 공개를"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에 따른 전공의 공백이 6개월째 지속되면서 중증·희귀질환 치료 역량이 무너지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의료전달체계(환자의뢰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전문인력 중심 병원 추진에 대한 의견서’를 내고 “보건복지부는 의료대란이 초래한 상급종합병원 진료량 감소를 긍정적이라고 평가하지만 진료 역량 축소로 인한 현상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의학 지식과 연구 역량을 갖춘 전공의의 부재와 전문의의 감소로 심각한 진료의 질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최신 의술을 적용한 신속한 치료가 이뤄질 수 없어 중증-희귀 질환 의료 역량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대신 진료 지원 간호사가 진료에 참여하는 것이 전문 인력 중심으로의 긍정적인 변화라고 여기는 것은 현장을 알지 못하는 보건복지부의 심각한 오판”이라면서 “급증하는 의료 비용과 고갈돼 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한 장기적인 의료 정책이 없다면 상급종합병원만의 변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대위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은 상급종합병원 진료량 감소가 아닌 1·2차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이 함께 협력해 환자의 건강 상태가 향상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비대위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은 1, 2차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하는 1, 2차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의 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가 체계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올바른 의료와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에 대한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은 중증·난치 질환 진료를 위한 의료기관으로, 상급종합병원 진료의 결정은 기계적 기준이 아닌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면서 “동일한 질환이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중증·급성기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회복·만성기에는 1, 2차·지역 의료기관에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비대위는 상급종합병원 역량 유지에 필요한 비용, 검사·약 처방·시술·수술은 물론 충분한 상담과 교육, 다학제 진료가 가능하도록 의료 수가와 보상 체계 개선, 의료 인력 충원 또는 재배치 등을 충분히 고려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진정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중증·희귀 질환 진료기관, 교육수련 기관으로서의 역량 유지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을 면밀히 추산해 투입해야 할 것”이라면서 “상급종합병원 일반 병상 수 감축, 중증질환 비율 상향 조절이라는 목표를 강제하는 대신 의료 수가와 보상 체계 개선을 통해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으로 환자의 중증도가 상승하면 이를 담당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가 증가하므로 의료 인력 충원 또는 재배치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 “반면에 일반 병상의 감축은 일반직의 업무 감소로 인한 구조 조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급격한 변화는 1만여 명에 달하는 전공의 미복귀로 내년에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역 의료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대위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및 전문위원회, 소위원회 등의 회의는 참여 인력 명단과 회의 자료조차 비공개”라면서 “의료개혁특위는 특위의 논의 내용과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정책을 다루는 위원회가 다시 현재와 같은 의료 공백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의료개혁특위와 그 산하 회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료 수가 협상 회의 등 중요한 의사 결정 기구 회의는 생중계나 속기록을 통해 공개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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