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현장에서 콘트리트 파일(기둥)에 깔렸던 60대 화물차 기사가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입원실 부족 등을 이유로 병원들이 수용을 거부하면서 이송이 1시간가량 지연돼 사망하게 된 것이다.
8일 김해중부경찰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트레일러 운전자 60대 A 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7시 36분경 김해시 대동면 대동첨단일반산업단지 내 공장 신축 공사 현장에서 길이 10m, 1.5톤 무게의 콘크리트 파일에 깔리는 큰 사고를 당했다.
당시 A 씨는 우측 정강이뼈가 변형되고 고관절 아래 골절이 의심되는 상태였다.
하지만 A 씨는 구급대원에게 설명할 정도로 의식 수준은 뚜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머리와 상·하반신의 통증을 호소했다.
문제는 구급대원들이 A 씨를 구급차에 태운 뒤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이 경남과 부산의 권역중증센터와 3차 병원 등 대형병원 10곳에 환자 이송을 문의했지만, A 씨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정형외과 진료 또는 응급수술이 어렵다거나 입원실이 없다는 이유로 A 씨의 수용을 거부한 것이다.
그 시간 A 씨는 고통으로 몸부림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구급차가 40여 분간 병원으로 가지 못하자 A 씨가 너무 아프다며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울부짖었다고 했다.
119구급대는 구급상황관리센터에 이송 병원 수배를 요청했다.
이후 경남 모 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처치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응급처치는 가능하지만 수술이 필요할 경우 A 씨 거주지인 문경 인근 병원으로 옮겨도 좋다’는 조건에 동의한다는 전제하에서 이송이 수용됐다.
구급대원들은 사고 현장에 도착한 지 약 1시간이 지난 오전 8시31분쯤이 돼서야 환자 이송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A 씨는 병원 도착 2~3분 전부터 급격히 의식이 떨어졌다. 결국 그는 오전 8시 47분쯤 병원 도착 직후 응급실에서 숨을 거뒀다. 사인은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이었다.
환자 이송을 거부한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당시 병원에서는 정형외과 의료진의 부재로 진료나 수술이 어려워 환자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공의 사태 이전부터 정형외과 인력은 부족해 의정 갈등으로 벌어진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A 씨의 유족은 “병원 이송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골절된 부분에서 출혈이 너무 많아 과다출혈로 심정지가 와서 돌아가시게 됐다. 이송을 거부한 병원에서 받아 주기만 했다면 아버지가 이렇게 떠나지는 않으셨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유족 측은 10개 병원이 A 씨의 이송을 거부한 사유를 알고 싶다며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다만 경남도는 이번 사건이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과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이전에도 현장 응급처치 후 병원을 수배해 환자를 이송하기까지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는 이유에서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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