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한국 스티븐 호킹…“중증호흡환자 위해” 기부

  • 뉴시스
  • 입력 2024년 8월 9일 14시 48분


신형진 국내 1위 OTT업체 공동 창업자 기부
눈 움직여 반응하는 '안구 마우스'로 업무봐
7년간 손수 번 돈 저축해 모은 돈 기부 결정

ⓒ뉴시스
척수성근위축증(SMA)을 이겨내고 애니메이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를 설립한 40대 남성이 중증 호흡 환자 치료에 써 달라며 국내의 한 대학병원에 3000만 원을 기부했다.

9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국내 1위 OTT업체 라프텔 공동 창업자 신형진(41)는 오는 24일 이 병원 호흡재활센터에 7년 간 급여를 저축해 모아온 3000만 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이번 기부는 신씨가 6년 만에 퇴원한 2006년 8월24일을 기념한 것이다. 기부금은 중증 호흡 환자 치료에 쓰이게 된다.

신씨는 온몸의 근육이 태어날 때부터 평생에 걸쳐 천천히 마비되는 척수성근위축증을 앓고 있다.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는 시간이 흐르면 호흡 근육마저도 약해지지만 적절한 호흡 재활 치료를 받으면 필요할 때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면서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신씨는 2002년 연세대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했지만 건강이 나빠져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9년 만인 2011년 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석·박사 통합 과정까지 마치고 2014년 대학원 후배와 ‘라프텔’을 공동 창업했고 ‘연세대 스티븐 호킹’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신씨는 입과 눈 이외의 다른 신체는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학업에 대한 강한 의지와 부모와 의료진의 노력으로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현재 신씨는 컴퓨터 화면 앞에서 눈을 움직이거나 깜빡이면 반응하는 ‘안구 마우스‘로 일하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 하단에 부착된 센서가 눈동자의 시선을 추적해서 바라보는 곳으로 마우스 커서가 이동한다. 보조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드래그도 하고 화상 키보드를 사용해 채팅도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에서 치료 받은 환자가 손수 번 돈을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신씨 부모는 희귀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연세대와 강남세브란스병원에 각각 10억 원씩을 기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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