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초과 충전’ 전기차, 아파트 지하주차장 못 들어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0일 01시 40분


서울시 내달부터 ‘출입제한 권고’

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정비소에서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전기차가 2차 합동감식을 받기 위해 지게차에 실려 정비소 내부로 향하고 있다. 이날 합동감식이 진행된 정비소에는 벤츠 측 관계자들도 찾아와 감식을 참관했다. 2024.8.8. 뉴스1
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정비소에서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전기차가 2차 합동감식을 받기 위해 지게차에 실려 정비소 내부로 향하고 있다. 이날 합동감식이 진행된 정비소에는 벤츠 측 관계자들도 찾아와 감식을 참관했다. 2024.8.8. 뉴스1

다음 달부터 서울 시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90% 넘게 충전된 전기차는 출입이 제한된다. 최근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며 시민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과충전으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한 조치다.

9일 서울시는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충전율이 제한된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전국적으로 전기차 화재 건수는 187건에 이르며, 서울에서만 1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우선 서울시는 다음 달 말까지 준칙을 개정해 아파트나 주상복합의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권고를 받은 공동주택은 입주자대표회의를 열어 해당 준칙을 참고해 자기 단지에 알맞도록 관리규약을 정하게 된다. 참여 아파트 등에는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줘 참여율을 높이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과충전은 전기차의 주요 화재 원인이다. 과충전 시 배터리 내부 분리막이 찢어져 화재로 이어진다. 완속 충전기로 80∼90%까지만 충전하는 경우 전기차 화재를 95% 이상 방지할 수 있다.

배터리 ‘충전율 90%’ 출고때 조정하거나 소유주가 설정
서울시, 전기차 충전율 제한
강제할 근거없어 보조금 등 검토

서울시는 전기차 제조사가 차량의 배터리 안전 마진을 설정하거나, 전기차 소유주가 목표 충전율을 설정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 ‘충전율 90%’를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전기차의 안전 마진은 배터리 내구 성능 증가를 위해 제조사가 차량을 출고할 때부터 충전 용량 일부를 사용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을 뜻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제조사는 자체 안전 검증을 통해 안전 마진을 3∼5%로 두고 있다. 서울시는 전기차 소유주가 원하는 경우 안전 마진을 10%로 조정하고, 제조사가 이에 대한 ‘충전제한 인증서’(가칭)를 발급해주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조사에서 안전 마진을 10%로 설정하면 실제 배터리 용량의 90%만 사용 가능하고, 해당 용량이 차량 계기판에 100% 용량으로 표시된다.

전기차 소유주가 직접 목표 충전율을 설정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소유주가 차량 내부의 배터리 설정 메뉴에서 90%, 80% 등 최대 충전율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경우 언제든 소유주가 목표 충전율을 변경할 수 있어 90% 충전 제한이 적용됐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 및 관리가 어렵다.

다만 서울시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안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동주택에 강제하거나 제재할 근거는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제재를 해 달라는 민원이 많은 만큼 자발적으로 개정안을 따르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다음 달부터 공영주차장 등 공공시설에서 서울시가 운영하는 급속충전기의 충전율을 80%로 제한할 계획이다. 또 올해 10월까지 ‘서울특별시 건축물 심의기준’을 개정해 향후 신축 시설에 전기차로 인한 대형 화재 위험성을 고려한 안전 기준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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