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말 맞으면 폰 두드리세요”…기지로 루게릭병 환자 구한 경찰관

  • 뉴시스
  • 입력 2024년 8월 11일 0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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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경찰서 가산파출소 소속 30대 경장
대화 어려운 상황 파악해 수신호로 소통하며
넘어져 피 흘리던 60대 루게릭병 환자 구해
“시민이 필요한 곳에 함께 있도록 노력하겠다”

ⓒ뉴시스
“구조 요청 신고가 왔는데 웅얼대는 소리만 들리더라고요. 이렇게 말을 못 하는 신고 중에 오히려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빨리 조치해야겠단 생각뿐이었습니다.”

서울 금천경찰서 가산파출소 박모 경장(30)이 기지를 발휘해 루게릭병을 앓는 60대 남성 A씨를 구조한 이야기가 11일 뒤늦게 알려졌다.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4일 오후 4시3분께 서울 금천경찰서 가산파출소 박모(30) 경장은 한 건의 구조요청 신고를 받았다.

문제는 신고자와 말로는 의사소통이 힘들었다는 것. 전화기 너머로는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거림만 들려왔다.

심상치 않은 상황이란 생각에 박 경장은 서둘러 신고자 휴대전화의 위칫값을 확인하고 그곳으로 출동했다.

그러나 전화가 걸려 온 곳은 지하 3층, 지상 20층에 522호실이 있는 오피스텔 건물. 모든 호실을 확인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될 터라 박 경장은 묘안을 생각해 냈다.

그는 신고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말은 안 하셔도 된다. 대신 제가 말하는 층이 맞으면 휴대전화를 한 번 두드려주고, 아니면 두드리지 말라. 그 후엔 방 호실을 불러줄테니 같은 방식으로 답해달라”고 했다.

말 대신 신호로 의사소통한 덕에 박 경장은 신속하게 A씨를 찾을 수 있었다.

루게릭병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말도 힘들지만, A씨는 오피스텔에 마련된 작은 사무실에서 서무와 청소 업무 등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이날은 사무실에 홀로 남아 아픈 몸으로 청소하던 중 크게 넘어져 이마가 깨질 정도로 다쳤는데, 성치 않은 몸이다 보니 홀로 일어나기가 힘들어 구조 요청을 한 것이었다.

박 경장이 그를 발견할 때까지 A씨는 이마와 코 등 얼굴 부위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A씨를 발견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신속한 병원 이송을 위해 박 경장은 이번에도 말 대신 수신호로 소통하는 것을 택했다.

덕분에 A씨는 빠르게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 회복 중이다. 박 경장은 병원으로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본 뒤 보호자들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는 등 끝까지 임무를 완수했다.

박 경장은 “휴대전화 두드리기, 수신호 등은 빠른 조치를 위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방안인데 신고자가 잘 따라줘 빠른 조치가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시민이 필요한 곳에 함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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