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가 광복절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최근 정부가 일제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계열 인사를 신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하는 등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다”는 이유에서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항단연)도 해당 인사가 사퇴하지 않으면 정부 주관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는 대신에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별도의 기념 행사를 열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가보훈부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은 광복회 등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 광복회장 “한국 내 반역자들이 日 우익과 내통 위기감”
이종찬 광복회장은 10일 광복회학술원이 운영하는 청년헤리티지아카데미 특강에서 “(현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추진하려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대통령 초청 영빈관 행사뿐만 아니라 광복절 경축 기념식에도 나갈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용산 (대통령실)에서, 보훈부에서 여러 회유책을 들어 행사에 참석하라는 회유가 왔으나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에 있는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한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결단한 것이 경축식 불참”이라고 했다. 1965년 창립된 광복회가 광복절 기념식 불참을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광복회는 김 신임 관장이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건국절을 추구한다면서 임명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초등학교, 대학교 동창인 이철우 연세대법학대학원 교수의 부친이다. 2022년 대선 때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항단연은 14일 윤석열 대통령 초청으로 열리는 독립운동가 후손 오찬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앞에서 김 관장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앞서 8일 향단연은 성명을 내고 김 관장이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을 부인하고,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라고 찬양하는 전형적인 뉴라이트 인사라면서 사퇴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윤 대통령이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11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역사적 행사 참석에도 조건부를 걸었다”며 “광복절 경축식 참석은 선택사항이 될 수 없고, 조건을 달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 신임독립기념관장 “일제 식민 옹호 뉴라이트 아냐” 반박
일각에선 그간 건국절 등을 둘러싸고 이어져온 이념·진영간 역사전쟁이 이번 김 관장 임명을 계기로 또다시 불불은 거란 관측도 나온다. 그간 진보 진영은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보수 진영은 1948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1공화국 수립을 각각 건국의 기점으로 여겨 왔다. 이런 가운데 윤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라고 언급하자 광복회 등 일부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은 윤석열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해 왔다. 일각에선 현 정부가 독립운동을 ‘이승만의 건국을 위한 준비운동’으로 폄훼하고, 광복 전 독립운동을 무력화하며 일본 식민지배까지 정당화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김 관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광복은 주권을 되찾는다는 의미로 1919년 임시정부 수립에서 시작해 1948년 정부 수립으로 완성됐다는 게 제 견해이자 학자적 소신”이라며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 식민지배를 옹호하는 뉴라이트가 아니고, 건국절 제정에도 반대한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훈부 역시 “윤석열 정부는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