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보훈청, 15일 고려인마을서 보훈문화제
봉오동 전투 기리며 홍범도 기념 행사 주관
"중앙 입김 전혀…선양 사업" 선긋는 보훈청
지난해 장관이 나서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찬성 의견을 수차례 내비친 보훈당국이 올해 돌연 홍 장군의 항일운동 업적 ‘봉오동 전투’를 기리겠다고 나서 논란이다.
행사를 공동주관하는 광주지방보훈청(보훈청)은 순수한 선양 사업이라며 지난해 중앙 부처인 국가보훈부의 수장이 내걸었던 입장과 기조에 선을 그었다.
12일 광주고려인마을 등에 따르면 제79주년 광복절인 오는 15일 오전 9시 30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일원에서 ‘고려인, 나는 大韓國人(대한국인)이다’ 보훈문화제 행사가 진행된다.
고려인마을 주민 500여 명 등이 참여하는 행사는 연해주를 중심으로 활약한 독립운동가 등의 후손들인 고려인들이 주축이 돼 항일투사 홍 장군의 업적을 기린다.
특히 홍 장군이 이끈 독립군이 1920년 6월 중국 지린성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봉오동 전투를 물총 축제 형식로 재현한다. 이밖에 행사를 찾은 시민들을 위해 태극기 바람개비 만들기 체험 등을 제공한다.
지난해 처음 열렸던 행사는 올해 규모를 확대해 고려인마을과 광주 광산구청, 보훈청이 공동 주관한다.
그러나 행사를 공동 주관하기로 한 보훈당국의 행보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진다. 지난해 국방부가 불붙인 육사 내 홍 장군의 흉상 이전 논란에 보훈부가 동조한 전적을 덮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8월 31일 육사 생도 교육시설인 충무관 입구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을 외부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공산당 이력이 있는 홍 장군 흉상이 충무관 입구에 설치돼 있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박민식 전 보훈부장관이 국방부의 계획에 사실상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오면서 논란을 키웠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육사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은 것은 없다”거나 “공식적인 요청이 오면 적극 검토해보겠다”면서 육사의 흉상 이전 배경과 의도에 사실상 동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해 10월 국가보훈부 국정감사에서는 강성희 진보당 의원으로부터 “홍 장군 흉상이 독립기념관으로 옮겨지면 누가 봐도 쫓겨난 흉상이라는 딱지가 붙여지지 않겠나”라는 지적을 받자, 이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중근 의사는 독립운동사의 절대 영웅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중근 의사 동상을 일본대사관 바로 앞에 설치하면 그게 맞나.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부연했다.
잇단 논란은 박 전 장관이 홍 장군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다할 것”이라고 갈음하면서 점차 사그라들었다. 여기에 오늘날 보훈청이 홍 장군을 기리는 행사를 공동주관하기로 하면서 위상이 일부 회복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홍 장군이 박 전 장관의 총선 출마용 정쟁 소모품으로 쓰였고 기관이 이를 방관했으며 논란이 수그러든 뒤에야 홍 장군을 기린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상임이사는 “정부는 1년 전에는 홍 장군을 폄훼하고 이념 색칠을 해오며 역사 세탁에 나섰다. 개인 또는 연구자가 할법한 말을 기관장이 했는데 부처가 부화뇌동한 것 아닌가”라며 “뒤늦은 보훈당국의 공동 주관 기념 행사는 병주고 약주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도 “박 전 장관은 정치적인 고려 속에서 발언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보훈부는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라도 논란에 대해 사과를 우선적으로 마쳐야 했다”며 “사과 이후 지방사무소의 행사 공동 주관이 이뤄졌다면 훨씬 보기 좋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사과는 늦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훈청은 이번 행사가 중앙의 입김이 전혀 닿지 않은 자체 기획이라며 선을 그었다.
보훈청 관계자는 “지역 내 홍 장군 흉상 설치 사실을 알리고 그 후손인 고려인들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소개하고자 행사를 공동주관하자고 제의한 것”이라며 “중앙의 과거 입장과는 전혀 무관하다. 선양 사업으로만 바라봐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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