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의 한 공군 부대에서 복무 중인 병장 김모 씨(23)는 올 3월 휴가를 내고 친구들과 일본 교토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자금은 군적금을 뺀 상병 월급 60만 원을 두 달간 모아 마련했다. 김 병장은 “휴가 열흘 전 해외여행을 신청했는데 하루 만에 승인됐다”며 “휴가 승인 절차가 편리해졌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퍼져 해외여행을 떠나는 부대원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12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장병들의 해외여행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훈령 개정안을 발령한 이후 간부·병사들의 해외여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입수한 국방부 ‘반기별 사적 국외여행 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6만1489명의 장병들이 여행길에 올랐다. 이 중 간부는 4만9584명이었으며, 병사는 1만1905명이었다. 팬데믹 이전 2019년 상반기 1만4983명(간부1만3201명·병사1782명)의 4배 수준으로 늘어난 수치다. 특히 기존 승인 절차가 까다로웠던 병사들의 증가 폭이 컸다. 반기 기준 해외여행을 떠난 병사 수가 1만 명을 넘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국방부는 ‘사적 국외여행에 관한 훈령’ 개정령을 발령하고 국외여행 허가권자를 하향 조정했다. 기존에는 합동참모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이 대령급 이상 예하 지휘관 및 부서장에게 ‘국외여행 허가권’을 위임할 수 있도록 했지만, 개정 훈령에선 대대장 등 ‘휴가 승인권자’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다만 사관학교장이나 사관·부사관후보생 소속 교육기관장의 허가권은 유지됐다.
사전 승인 절차 소요 기간도 절반으로 단축됐다. 신청서 제출 기한은 여행 출발일 ‘10일 이전’에서 ‘5일 이전’으로, 허가 여부 결정 기한은 접수한 날로부터 ‘4일 이전’에서 ‘2일 이전’으로 조정됐다. 또 국외여행 허가서 양식 중 ‘사적 국외여행 실적(횟수·기간·여행국 등)’ 작성란은 장병들의 개인정보 수집이 과다하다는 지적에 삭제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병들의 해외여행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휴가 승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국외여행 승인 절차 간소화와 더불어 병사들의 봉급 인상 역시 장병들의 해외여행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사혁신처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르면 병장 기준 봉급은 5년 전 40만5700원이었으나 5년새 3배로 올라 현재는 125만 원이 됐다. 국방홍보원이 올해 1월 현역 장병 501명을 대상으로 ‘봉급으로 모은 돈으로 전역 후 하고 싶은 일’을 묻자 164명(32.7%)이 ‘여행’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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