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어려운 띠 구름-중규모 저기압… 슈퍼컴도 진땀나는 여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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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진 기상 오보 원인-대응책은
좁은 국토에 온난화로 변수 늘어
장마전선 압축된 띠 모양 구름대… 중규모 저기압 등 생성-소멸 반복
레이더 영상-초단기 예측 참고를
기상청 앱 등서 실시간 확인 가능… 예보모델의 정교화-고도화 절실

지난달 10일 강원 원주시 명륜동 원주종합운동장 건너편 지역에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 운동장 일대는 비가 내리지 않아 평온한 모습이다.
지난달 10일 강원 원주시 명륜동 원주종합운동장 건너편 지역에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 운동장 일대는 비가 내리지 않아 평온한 모습이다.

지난달 24일 새벽 부산에 최대 163.4mm의 장맛비가 쏟아졌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도 83.1mm에 달해 ‘극한호우’ 수준이었다. 전날 기상청은 이 지역에 최대 20mm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갑자기 쏟아진 물폭탄에 시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기상청은 또 지난달 9일 서울 등 수도권에 30∼80mm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후 긴급 수시 브리핑을 통해 강수량을 최대 120mm로 늘려 잡았으나 다음 날 오전까지 강수량은 12mm로 10분의 1에 그쳤다. 예보를 믿고 외출을 미뤘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쏟아졌다.

이 밖에도 역대급 강수 기록이 쏟어졌던 올해 장마철 기상청의 오보 사례는 많다. 예측이 잇따라 빗나가자 시민들의 불만도 커졌다. 2021년 628억 원의 예산을 들여 슈퍼컴퓨터 5호기를 도입했는데도 예측 정확도는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장마 종료 이후 최근 극한호우 양상으로 쏟아지는 소나기가 전국에 크고 작은 피해를 주고 있어 예보 정확도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 슈퍼컴도 예측 못 한 물폭탄

현재 예보는 슈퍼컴퓨터의 날씨 예측 프로그램인 수치 예보모델이 내놓은 각종 전망을 분석해 발표한다. 수치 예보모델은 지구 전체를 가로 10km, 세로 10km 격자로 나눈 뒤 이 격자를 한 점으로 보고 향후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격자 하나 안에 모두 들어가는 작은 면적에서 기상 변수가 발생했을 때는 예측이 어려운 구조다.

문제는 최근 이 작은 면적에서 기상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정체전선(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압축돼 가늘고 긴 띠 모양의 비구름대를 형성하기도 하고, 전선상에서 몇 시간 만에 중규모 저기압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기도 한다. 지난달 10일 새벽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 내렸던 시간당 146mm의 물벼락 역시 슈퍼컴퓨터의 예측을 벗어난 변수들이 중첩돼 발생했다. 5일 전남 무안에 내렸던 시간당 102mm의 소나기도 예측을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를 기상 오보가 잦아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이 전례 없는 야행성 폭우와 국지성 집중호우를 부르며 날씨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취지다. 과거 사례가 없기 때문에 슈퍼컴퓨터가 보유하고 있는 역대 기상 자료 등도 활용성이 떨어진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는 “전 지구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처럼 좁은 지역에선 아주 작은 변수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 예측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도 내일 주식이 얼마일지 결국 알 수 없는 것처럼 현 상황에서 날씨 예보를 정확하게 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했다.

● 국민 불만에 기상청 ‘곤혹’

과학적으로 예보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것과 별개로 시민들의 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 기상청 대신 해외에서 운영하는 예보 서비스를 찾아 참고하는 ‘날씨 망명족’도 늘고 있다. 애플과 안드로이드 앱스토어를 살펴보면 체코에 본사를 둔 ‘윈디닷컴’, 미국 기업인 ‘아큐웨더’ 등이 국내 날씨 애플리케이션(앱) 부문 상위권에 올라 있다. 한때는 노르웨이 기상청 앱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기상청의 공식 앱인 ‘날씨 알리미’는 6위다.


기상청도 곤혼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비가 온다는 예보가 맞은 비율’을 나타내는 강수 맞힘률은 상반기(1∼6월) 평균 6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1월 66%, 2월 71%, 3월 75%, 4월 74%, 5월 70%, 6월 63% 수준이다. 월별 강수 맞힘률은 2018년 4월 최고치(83%)를 기록하고 하락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후 변화로 변화무쌍한 날씨가 이어지는 만큼 정확한 날씨는 기상청 앱이나 홈페이지에 공개된 레이더 영상을 참고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레이더 영상을 보면 가장 최근의 비구름 흐름과 예상 진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비가 내릴 가능성을 스스로 예측할 수 있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초단기 예측’ 영상도 유용하다. 검색 시점 기준 10분 뒤부터 6시간 뒤까지 어떻게 비구름이 이동할지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기상청 역시 이번 예보 논란을 계기로 수치 예보모델 정교화, 예보 분석 능력 고도화 등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재 기관인 기상청 입장에선 지난달 24일 부산에 내렸던 비는 특히 뼈 아프다. 예보에 없던 폭우가 쏟아질 경우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장동언 기상청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각 개인이 있는 동네의 예보가 실제 위치의 상황과 동떨어져 있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 국민의 시각에서 가치 있는 기상 서비스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동네 예보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청#날씨 예보#기상 오보#기후 변화#지구 온난화#슈퍼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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