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임신 36주 차 낙태 브이로그’ 영상을 온라인에 올린 20대 여성 유튜버와 낙태 시술을 한 병원장이 경찰에 살인 혐의로 입건됐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지금까지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입법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경우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논란이 됐던 유튜브 낙태 영상에 조작은 없었다. 실제 일어난 일”이라며 “압수물 분석과 수술 의료진 신원 파악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6월 27일 온라인에 올라온 이 여성의 유튜브 영상에는 배가 부른 상태로 수도권의 한 병원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겼다. 영상에는 병원장이 “(태아) 심장도 이렇게 잘 뛰잖아. 이 정도면 낳아야 한다. 못 지워요”라고 말하는 장면도 담겼다. 그럼에도 이 여성이 낙태 시술을 받은 뒤 음식을 먹는 장면이 담겼다. 다만 정확한 임신 및 낙태 시점 등은 확인되지 않았고, 여성 본인이 ‘임신 36주 차’라고만 밝혔다.
이후 영상으로 인한 파장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2일 이 여성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경찰은 이 여성과 해당 병원에 대해서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들 모두 형법상 살인 혐의가 적용됐다. 낙태 시술 당시 태아가 숨진 상태로 나왔는지 여부에 따라 사체 손괴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도분만 후 살인인지, 사산인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법 개정에 나섰으나 5년째 진전이 없는 상태다. 2020년 정부는 임신한 여성의 임신 유지·출산 여부의 결정 가능 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정한 모자보건법 및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임신 14주까지는 본인 의사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고, 15∼24주까지는 특정 사유가 있는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종교계 등의 반대로 논의에 별다른 진전이 없어 자동 폐기됐다.
태아를 어느 시점부터 ‘사람’으로 볼 수 있는지, 살인죄 피해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도 관건이다. 대법원은 2007년 판결에서 “분만이 개시된 때”부터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임신 22주’부터 태아는 독자적 생명체가 된다고 판단했다. 2021년에는 임신 34주 차 태아를 낙태시킨 의사에게 살인죄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대법원이 확정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낙태에 대해 “임신 24주일 이내인 사람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위반 시 처벌 규정은 없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소속 신수경 변호사는 “36주 이상 지나면 약물을 쓰는 낙태는 불가능하다. 의도적으로 진통을 일으켜서 출산했을 것”이라며 “그 뒤 아이를 죽였다면 살인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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