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이 직무 중인 현직 대통령의 통화 내역을 받아 수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에서 특검이 직무정지 상태였던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통화 내역을 확보한 바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해 7∼8월 윤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보했다. 통화 내역에는 윤 대통령이 통화한 수·발신 전화번호와 문자의 통신 시간, 발신 지역 등만 표기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휴대전화 통신 영장을 3차례 청구했지만 기각당했고, 지난달 중순 영장을 발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법원에 수개월치 통화 내역을 요청했지만 영장이 기각되는 과정에서 공개 범위가 좁혀져 채 상병 순직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2개월치 통화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31일 오전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총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다는 사실을 듣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2일엔 해병대 수사단이 실제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총 8명을 경찰에 이첩하자 국방부 검찰단이 이를 회수해 오기도 했다. 이날 낮 12시 7∼57분 윤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3차례 통화를 한 사실이 밝혀지며 외압 의혹이 일었다.
공수처, ‘VIP 격노설’ 전후 尹휴대전화 통화 두달치 분석 나서
尹휴대전화 통화내역 확보 지난달 중순 4번 영장청구 끝 발부 1년시한 통화내역 폐기직전 확보 대통령실 관계자 수사확대 가능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통화 내역을 확보한 것은 지난달 중순이다. 이는 지난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외압 사건의 핵심 기록이 삭제되기 직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사의 통화 내역은 1년이 지나면 폐기 처분된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19일 순직했고 이후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가 시작됐다. 법원도 1년이 지나면 보존 기간이 만료된다는 점을 고려해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 공수처, 대통령실 수사 확대
윤 대통령의 통화 내역을 확보한 공수처는 대통령실 전반으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가 확보한 통화 내역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해병대 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 등을 경찰에 이첩한 지난해 8월 2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3차례 통화한 이후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도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의 지난해 8월 2일 통화 외에도 같은 날 임 전 비서관, 이시원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등은 서로 전화를 수십 차례 주고받았다. 공수처는 이들이 당시 전화를 주고받으며 채 상병 순직 사건 회수와 관련해 모의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수처는 올 1월 국방부, 해병대 사령부 등을 압수수색하고, 4∼5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박경훈 전 조사본부 직무대리 등 국방부 수뇌부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지금까지 국방부와 해병대 수뇌부들에 대한 수사는 적극적으로 진행해왔다. 이 전 장관을 수행했던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이 임 전 사단장을 경찰 이첩 과정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내용이 기록된 업무 메모를 확보하는 등 일정 정도의 성과도 거뒀다.
다만 대통령실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조사 등은 이뤄진 바 없다. 국방부와 해병대 수뇌부의 외압을 밝힌 공수처는 그 윗선인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공수처는 윤 대통령 통화 내역 확보를 포함해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조사 등에 나설 수 있다.
● 이시원-유재은 조사본부 재검토 때 11차례 통화
이 과정에서 공수처는 국방부 조사본부TF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검토하던 기간에 대통령실과 국방부 수뇌부 사이에 11번의 통화가 오간 것으로 파악했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8월 9∼21일 이 전 비서관과 유 관리관이 11통의 전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로 이첩했던 채 상병 순직 사건을 국방부가 다시 회수한 뒤 TF가 재검토를 진행하던 때다. TF는 그달 9일에 재검토에 착수한 뒤 21일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공수처는 당시 통화에서 이 전 비서관이 유 관리관에게 대통령실의 입장을 전달하며 임 전 사단장을 경찰 이첩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유 관리관은 TF에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다수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재검토 기간이었던 지난해 8월 14일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은 TF에 제출한 의견서에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안전 통제 대책을 제대로 강구하지 않는 등 과실은 있지만, 사망과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혐의를 특정하지 말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다음 날(15일) 이 전 비서관과 유 관리관은 2통의 전화를 했다. 18일(1통), 19일(1통)에도 통화했다.
이 전 비서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수처 수사 상황과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유 관리관은 “수사 중인 내용에 대해 답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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