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HUG ‘전세보증보험 요건 강화’ 요청 16차례 묵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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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보증보험 악용 갭투자 사기
요건 강화했다면 피해액 4조 줄어”
국토부, ‘세입자 보호’ 이유 검토 안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모습. 2022.12.28. 뉴시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모습. 2022.12.28. 뉴시스

전세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전세보증금이 주택 가격의 90%를 넘는 경우 세입자나 집주인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해달라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요청을 국토교통부가 16차례나 묵살했다고 감사원이 13일 밝혔다. 국토부가 공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때 가입 한도를 강화했다면 전세 사기 피해가 최소 3조9000억 원 줄었을 것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전세보증보험이란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공사가 대신 돌려주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받아내는 제도다.

이날 공개된 ‘서민 주거안정시책 추진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공사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1년 5개월간 총 16차례에 걸쳐 “지금은 전세보증금이 아파트 가격의 100% 수준이어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데, 가입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국토부에 건의했다. 당시에는 악성 임대인들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면 공사로부터 무조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전셋값을 주택 가격의 90%가 넘는 수준으로 계약한 뒤 이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갭투자 사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공사는 2021년에도 이런 사실을 국토부에 보고하면서 “공사가 추후 수조 원에 가까운 보증금을 세입자들에게 대신 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세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공사의 건의 사항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국토부는 공사가 처음으로 가입 한도 강화를 요청한 지 2년 가까이 지난 뒤인 2022년 9월에야 전세 사기 피해 방지 방안을 발표하면서 가입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공사 역시 악성 임대인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막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전세 사기 피해를 키웠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사가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돌려준 사례 가운데 보증금 액수 기준 상위 10명인 ‘악성 임대인’이 평균 305건(712억 원)의 전세보증금 사고를 일으켰고, 대부분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했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고, 공사에 “악성 임대인으로 판단되는 경우 보증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hug#전세보증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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