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광복절을 앞두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조윤선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포함된 특별사면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다섯 번째로 단행된 특사다.
정부는 13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정치인과 전직 공직자, 경제인 및 서민생계형 형사범 등 1219명을 사면·복권·감경하는 특별사면안을 의결했다. 사면안은 15일 0시부로 발효된다.
이날 발표한 사면·복권 대상에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피선거권이 박탈됐던 김 전 지사,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복역한 조 전 수석, 박근혜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복역한 현 전 수석, ‘국정농단’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던 안 전 수석 등 정치인과 주요 공직자 55명이 포함됐다.
일반 형사범 1138명과 경제인 15명, 특별배려 수형자 11명 등에 대한 잔형집행면제, 감형, 복권도 단행됐다. 화물·운송업이나 생계형 어업, 운전면허 행정제재 대상자에 대한 감면도 이뤄진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국정 수행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처벌받았지만 국가·사회에 헌신한 전직 주요 공직자를 비롯해 여야 정치인 등을 사면함으로써 이념을 넘어선 통합·화합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생계활동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행정제재 조치도 감면해 민생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尹이 수사한 원세훈-안종범 복권… 前공직자-정치인 55명 특사
1219명 광복절 특사 ‘경찰 총선 개입’ 강신명-이철성 ‘MB정부 댓글 공작’ 조현오 포함 41만명 운전면허 행정제재 감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번 복권을 통해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아 직을 상실한 김 전 지사는 2022년 12월 특별사면됐지만 복권은 이뤄지지 않아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였다.
● 김경수 등 여론 왜곡 관련자 여야 구분 없이 사면
앞서 8일 열린 사면심사위원회에서 위원들은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반대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치인 등 사면에 있어 여야 형평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논의에 따라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이명박 정부에서 댓글 여론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 박근혜 정부 당시 총선 개입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 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의 사면·복권이 함께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과 함께 처벌받았던 경찰 간부들도 형선고실효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법무부는 “여론 왜곡 관련자들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사면을 실시해 그로 인한 정치적 갈등 상황을 일단락하고 국익을 위해 통합하여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조윤선 전 수석은 형선고실효와 함께 복권이 됐다. 조 전 수석의 경우 2022년 12월 단행된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돼 그 이전까지 확정된 형에 대해서는 복권이 이뤄졌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는 올 2월에 형이 확정돼 복권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같은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올 2월 설 특별사면에서 잔형을 면제받고 복권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보수성향 단체를 불법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사건, 부산 엘시티 사건과 관련해 복역 중 가석방된 현기환 전 수석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안종범 전 수석도 복권됐다.
조 전 수석과 현 전 수석, 안 전 수석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참여했던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이 기소했던 이들이다. 원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당시 관련 수사를 지휘했다.
● 전직 국회의원, 공직자도 대거 복권
전직 국회의원과 공직자들도 대거 복권됐다. 2013년 대출을 받도록 도와주겠다며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된 원유철 전 의원, 불법 선거자금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엄용수 전 의원 등 전직 국회의원 13명이 복권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전직 공직자 가운데는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사조직을 통해 1억5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7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권선택 전 대전시장, 대기업에 압력을 행사해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간부를 재취업시킨 혐의로 2020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 등이 복권됐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고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수감 중인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 등 경제인 15명도 잔형집행면제 또는 복권됐다. 가석방 이후 복권 대상으로 거론돼온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은 이번 사면심사위 논의 대상에선 제외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살인·강도·조직폭력·성폭력 등 범죄를 제외한 재산범죄 위주의 일반 형사범 1138명, 고령자 및 중증 신체 장애인 등 특별배려 수형자 11명에 대한 사면·감형·복권도 단행했다. 여기에는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운전업 종사자, 34세 이하 청년들도 다수 포함됐다. 여객·화물운송업과 생계형 어업 종사자 총 413명, 운전면허 행정제재 대상자 41만6847명에 대한 행정제재도 감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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