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만난 주민 김모 씨(27)는 “전기차 충전소가 지하에 있는 데다 주변에 소화기도 없으니 불안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 시설은 3대 있지만 소화기는 없었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진은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을 계기로 서울 일대 아파트 10곳을 둘러봤다. 그 결과 9곳은 전기차 화재에 대비한 소화 시설이 없었다. 기자가 찾아간 서대문구의 다른 아파트엔 전기차 충전기 바로 옆에 에어컨 실외기가 놓여 있었다. 주민 최모 씨(28)는 “실외기만 해도 뜨거운데 혹시 전기차 충전하다 불이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엔 전기차 충전시설 인근에 쓰레기 분리수거함이 놓여 있었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쓰레기에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이 높았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단속 권한이 없기 때문에 아파트 등에 지상 주차를 유도하는 공문 정도를 보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이후 서울 서초구는 전기차 충전소 점검에 나섰다. 12일 서초구 반포복개천 공영주차장에서 구의 전기차 충전소 점검을 동행하는 동안 전문가가 전압, 전류, 전기선, 충전기 단자, 누선 등 화재 위험 요인 5가지를 중심으로 충전소를 점검했다. 화재 위험 요인은 맨눈으로 식별할 수 없기에 계량기, 열화상 카메라 등 장비를 동원했다. 점검 업체 대표 김덕기 씨(66)는 “전기차 시설 주위엔 불이 붙을 수 있는 물건을 두지 말아야 하고, 소화기를 꼭 구비하는 것이 좋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소방안전관리자들이 화재 위험 요소들을 인지하고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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