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6개월]
40개 의대 병원 88곳서 255명 이탈
“교육여건 악화에 젊은 교수들 실망”
교육시설 확충 위한 재원도 숙제
정부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이번 기회에 대형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방 국립대 교수를 대폭 늘려 의대 증원 후에도 교육의 질을 유지하고 진료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현실에선 오히려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의대와 병원을 떠나는 교수가 늘고 있어 의료계에선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탁상공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까지 전국 40개 의대 소속 병원 88곳에서 145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255명은 병원을 떠났다. 부산대병원 33명, 강원대병원 20명, 충북대병원 16명 등 정원이 많이 늘어난 비수도권 국립대의 이탈 규모가 컸다. 충청권 대학병원의 한 필수과 교수는 “특히 젊은 교수들이 기대했던 연구나 교육이 불가능해졌다며 교수직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부터 정원이 늘어나는 의대 32곳은 ‘교수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부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 수요조사서’에 따르면 정원이 늘어나는 의대 32곳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4301명의 교수가 더 필요하다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의대 교수는 교육과 진료를 모두 하기 때문에 기초 분야에서 737명, 임상 분야에서 3564명을 늘려야 현재의 진료 수준을 유지하면서 의대 교육의 질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중 지방 거점 국립의대 9곳은 기초와 임상 분야를 합쳐 2363명의 교수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9곳의 교수가 현재 총 1286명인 상황에서 단기간에 이를 3배로 늘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한 지방 국립대병원장은 “의대 교수는 연구 등의 자격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부족하다고 즉시 뽑을 순 없다”고 했다. 지방 국립대 응급의학과 교수도 “수도권 병원의 영입 제안에 이직하려는 교수들이 많다. 지방 필수과 교수 구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교수 수급 외에 실습 등 교육 시설 확충을 위한 대규모 재원 마련도 필요하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내년도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 30곳은 2030년까지 의대와 병원 실습 시설 투자 등에 총 6조5966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은 “정부가 의료 현실을 외면한 채 무리한 증원만 고집하다 보니 교수 수급과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못 내놓고 있다. 의대 교육이나 병원 운영의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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