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5일까지 33도 안팎 폭염 전망
태풍도 못 뚫는 이중 열커튼 지속
부산 22일간 열대야, 120년만에 최장
비소식 있지만 더위 식힐 수준 아냐
광복절을 지나면서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됐던 폭염과 열대야가 8월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기상청이 15일 밝혔다. 한반도 상공에 자리 잡은 두 거대 고기압이 세력을 유지하면서 태풍 북상까지 막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오른 것 등이 원인인 만큼 내년 이후에도 여름마다 올해 같은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태풍도 못 뚫는 ‘이중 열 커튼’
기상청은 15일 중기예보를 통해 “평년에는 광복절 전후로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했지만 올해는 최소 25일까지 전국적으로 최고기온 33도 안팎의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여름의 기록적인 무더위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14일까지 올해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16.8일로 평년(1991∼2020년·8.9일)보다 7.9일 많다. 열대야도 평년(5.4일)의 3배에 가까운 15.1일 나타났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8월만 놓고 봐도 평균기온, 최고기온, 최저기온 모두 평년보다 2, 3도 높다.
더위가 길어지는 것은 한반도 상공에 자리 잡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의 ‘이중 열 커튼’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태풍이 북상하며 한반도 상공에 자리 잡은 고기압을 뒤흔들고 더위를 식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주는 태풍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영준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이 한반도 상공에 있는 중첩된 고기압을 뚫고 지나가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뜨거운 두 고기압이 한반도를 덮고 있는 동안 발생한 태풍들은 모두 한반도 상공을 피해 갔다. 장마가 종료됐던 지난달 27일 전후로 발생한 3호 태풍 개미와 4호 태풍 프라피룬은 중국 쪽으로 향했다. 이후 발생한 5호 태풍 마리아, 6호 태풍 손띤은 일본 해상에서 소멸했다. 현재 북상 중인 7호 태풍 암필과 8호 태풍 우쿵의 예상 경로도 모두 일본 방향이다.
7, 8호 태풍이 소멸되면 북태평양 고기압은 오히려 세력을 더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기후변화의 영향 등으로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서 올해 북태평양 고기압이 오랫동안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 전국 곳곳서 열대야 기록 경신
폭염과 함께 밤사이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도 장기화되고 있다. 서울은 14일 밤∼15일 새벽 최저기온이 26.7도로 지난달 21일부터 25일째 열대야가 이어졌다. 서울에서 1907년 관측이 시작된 후 가장 길게 열대야가 이어진 것은 2018년 7월 21일부터 8월 15일까지 26일간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16일 밤∼17일 새벽 이 기록이 경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열대야 기록을 경신한 곳도 있다. 강원 강릉시는 이달 7일까지 20일 동안 열대야가 이어지며 1911년 이후 가장 긴 지속 일수를 기록했다. 부산은 15일 밤∼16일 아침까지 열대야가 22일 동안 이어지며 1904년 이후 120년 만에 가장 긴 지속 일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에서도 31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어 역대 최장 기록(44일)을 경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제주에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기습 폭우가 내렸고 이후에도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예보돼 있지만 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7일까지 전국 곳곳에 최대 60mm의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제주의 경우 많은 곳에는 최대 80mm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비와 상관없이 당분간 폭염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간 폭염이 어어지면서 온열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20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2570명이었고 이 중 22명이 숨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 수는 2276명, 사망자는 29명이었다. 온열질환자 중에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31.5%를 차지하지만 13일 전남 장성군에서 학교 급식실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던 20대 아르바이트생이 숨지는 등 청년층에서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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