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 117년 만에 최장 열대야 기록이 경신 중인 서울에선 도심 자치구일수록 열대야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중심부 기온이 더 높게 나타나는 ‘열섬현상’ 때문인데 18일 기준으로 최저기온 차이가 최대 4.3도까지 났다. 한편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기상청은 사상 처음으로 ‘폭염백서’를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 서울 자치구 최저기온 최대 4.3도 차이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달 21일 이후 28일 연속으로 밤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다. 2018년 26일 연속 기록을 깨고 1907년 관측이 시작된 후 최장 기록을 경신 중이다. 기상청은 “서울의 경우 28일까지 일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것”이라고 전망해 연속 열대야 기록이 40일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서울에서도 일부 자치구는 열대야가 종료된 상태다. 은평구의 경우 일 최저기온 24.3도를 기록한 이달 6일 이후 계속 25도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관악구 역시 14일 일 최저기온 24.4도를 기록한 후 계속 25도 미만으로 닷새 째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면 서울 도심 지역은 열대야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18일 서울에서 일 최저기온이 가장 높은 곳은 영등포구(28.6도)였고, 그 다음은 용산구(28.2도)였다. 영등포구의 일 최저기온은 같은 날 은평구(24.3도) 보다 4.3도나 높았고 관악구(24.6도)보다 4도 높았다.
전문가들은 같은 서울에서도 지역에 따라 기온 차이가 심한 것이 열섬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열섬현상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이뤄진 도로와 건물이 낮 동안 흡수한 열을 밤에 방출하며 도심의 기온을 높이는 현상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도시 중심부일수록 열섬 현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반면 도시 외곽에는 나무가 많이 심어져 기온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 기상청, 사상 첫 폭염백서 발간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자 기상청은 “연내에 폭염백서를 내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기상청이 장마나 태풍 등에 대해 백서를 낸 적은 있지만 폭염백서를 내는 건 처음이다. 백서에는 국내 폭염 기록과 한반도 내 폭염이 발생하는 원인과 구조, 중장기 폭염 전망 등이 담기게 된다. 백서 주저자는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이 맡았다.
22일은 더위가 꺾이고 가을이 시작된다는 처서(處暑)지만 기상청은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서울은 28일까지 일 최고기온이 32~33도일 것으로 예상되며 부산 광주 등에서도 31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진다.
더위가 계속되면서 온열질환자도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총 2741명이고, 이중 사망자는 24명이다. 특히 이중 274명(10%)가 오후 7시~오전 6시 사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청은 “열대야가 이어지는 만큼 해가 진 이후라도 온열 질환을 방심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국에서 우럭, 넙치 등 양식 어류 140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닭, 오리 등 가축 폐사도 90만 마리에 달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부터 폭염 대처를 위해 중대본 1단계를 가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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