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반려견 순찰대’ 활동 두각
동네 곳곳 누비며 시설물 점검
실신한 학생도 구조하는 등 맹활약
1424팀이 상반기 4만5535회 순찰
“반려견 순찰대 테디 대원입니다. 비상벨 이상 없는지 확인했습니다.”
이달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주택가. 강아지 테디(6·셰틀랜드시프도그)를 키우는 김재형 씨(38)가 가로등에 빨간색으로 설치된 ‘SOS 비상벨’을 누르자 ‘삐’ 하고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이어 동작구청 관제센터와 음성 통화로 연결됐고, 관제센터 직원은 “네, 이상 없습니다”라고 익숙한 일인 듯 답했다.
테디는 동작구 곳곳을 누비며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반려견 순찰대’ 대원이다.
● 동네 곳곳 위험 요소 찾아 ‘킁킁’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주도로 2022년 출범한 반려견 순찰대는 보호자가 반려견과 산책하면서 범죄 예방 시설물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 있는 시민을 119에 신고해 구조하는 등 위험에 처한 시민을 보호하는 역할도 맡는다. 현재 서울의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1424팀이 활동 중이고, 대전과 부산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반려견 순찰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형광조끼를 입은 채 순찰에 나선 테디는 고개와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어 가며 동작구 곳곳을 점검했다. 집 앞 가로등부터 인근 공원 가로수까지 바닥 냄새를 맡는 데 여념이 없었던 탓에 순찰 중 고개는 거의 들지 않았다. 강아지 후각을 자극하는 ‘노즈워크’를 맘껏 즐기고, 호기심이 많은 테디에게 순찰대 역할은 천직으로 보였다.
옆에 선 김 씨는 반려견 순찰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테디의 순찰 활동을 기록했다. 앱 화면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기반으로 이동 거리와 동선, 시간이 실시간으로 지도 위에 표시됐다. 120 다산콜센터와 112에 신고하는 버튼과 사진 촬영 버튼도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테디는 실종 강아지 수색에도 참여하고 있다. 실종된 강아지가 쓰던 물건 냄새를 맡고 이동 경로를 찾아가는 식이다. 올해 6월에는 다른 순찰대원들과 동네를 수색해 영등포구에서 실종된 강아지를 찾아주기도 했다. 김 씨는 “요샌 폭우로 쓰러진 나무나 포트홀(도로 함몰)을 찾아 신고하고 있다”고 했다.
순찰에 따른 보상은 없다. 형광 순찰대 조끼와 순찰대 명찰만 주어질 뿐이다. 순수 자원봉사인 셈이다. 김 씨는 “어차피 테디와 산책은 꼭 해야 하는데, 이 시간에 의미 있는 일을 함께 하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전문가 심사 거쳐 선발
반려견 순찰대원으로 활동하려면 전문 훈련사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보호자 통제에 잘 따르는지, 돌발 상황에서도 침착한 태도를 보이는지 등 여러 테스트를 통과해야 대원이 될 수 있다. 올해 신규 선발엔 650팀이 지원해 467팀이 합격했다.
올해 6월 도봉구 반려견 순찰대 쵸코(토이푸들) 대원과 보호자 허정은 씨(52)는 지하철 1호선 도봉역 인근에서 실신한 학생을 발견해 119에 신고하고 병원 이송을 도왔다. 집중호우가 이어진 지난달엔 강동구 토리(포메라니안) 대원과 보호자 임원주 씨(32)가 한강공원 나루터길 나들목 터널의 천장 균열로 비가 새는 걸 신고해 2차 피해를 막기도 했다. 순찰대는 올해 6월 26일엔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을 맞아 5일간 경찰과 함께 마약 퇴치 홍보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려견 순찰대는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총 4만5535회 순찰 활동에 나섰으며 112 신고 288건, 120 신고 2120건의 활동을 펼쳤다”며 “‘동네 안전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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