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0월 국립대병원 진료 역량을 이른바 ‘빅5 병원’ 수준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 시설과 장비 투자에 적용되는 ‘국고지원 비율’은 여전히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25%에 불과한 국립대병원 국고지원 비율을 7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공개했지만 부처이견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9일 동아일보에 “정부의 국립대병원 국고지원 비율 기준이 여전히 25%에 머무르고 있다”며 “상향 조정을 위해 현재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9일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필수의료 전달체계를 강화하는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충북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에서 직접 발표한 것으로 당시 발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방 국립대병원을 서울의 5대 대형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수준으로 육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립대병원 상당수가 재정적인 문제로 기본적인 진료 장비조차 제대로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비나 고압산소치료기 등을 확보하지 못해 치료가 몇 개월씩 미뤄지는 국립대병원도 적지 않다. 국립대병원들이 시설과 장비 투자에 배정된 예산을 고가의 의료기기를 구매하기보다는 주차장과 병원 부속 장례식장 개선 공사 등에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국립대병원에 아무리 많은 예산을 할당해도 현재처럼 국고지원 비율이 낮고 자부담 비율이 높은 상황에선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국립대병원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먼저 의료장비 투자 등에서 국고지원 비율을 최대 3배로 높여 국립대병원들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 부담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 부처 사이에서도 이견이 존재했고 국고지원 비율 기준은 여전히 조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또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를 현재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변경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마저도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고 있다. 소관 부처 변경을 위해선 국립대병원설치법 등 4개 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해당 법률 개정안들이 21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폐기됐다.
소관부처 변경이 미뤄지면서 국립대병원과 관련된 각종 규제 해제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해진 한도 내에서만 직원들의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는 ‘총액 인건비’ 등 국립대병원의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되는 여러 규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국립대병원은 현행법상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소속 직원에게 줄 수 있는 급여가 총액인건비로 묶여 있다. 밤새워 수술한 의료진에게 성과급도 줄 수 없고, 연봉 인상률도 정부 결정대로 일괄 적용된다.
기타 공공기관 해제를 위해선 매년 1월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열리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올해 1월 회의에선 해당 사안이 의결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관 부처 이관을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기타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되면 ‘관리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어 의결되지 않았다”며 “내년 1월 회의가 다시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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