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개방한 부산항친수공원
자판기조차 없고 잡초만 무성해… 야간 영화상영회도 관람객 적어
편의시설-즐길 거리 미흡 지적… 시 “오페라하우스 준공 때 보완”
“야외 물놀이 시설을 갖춰 가족 단위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정책을 폈더라면 이렇게 휑하진 않을 텐데요.”
8일 오후 2시경 부산 동구 부산항친수공원 조망언덕. 반려견과 산책 중이던 동구 주민 김모 씨(52)는 텅 빈 공원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기자가 20분 넘게 야생화단지와 바다와 맞닿은 해변 산책로 등을 둘러보면서 마주친 방문객은 김 씨 등 10여 명에 그쳤다. 김 씨는 “즐길 거리가 없으니 무더운 여름 한낮에 여길 찾는 방문객이 없는 것”이라며 “크루즈가 부산항대교를 통과해 입항하는 모습 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멋진 공간을 만들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박모 씨(29)는 “더워서 지치고 갈증이 나는데 물 한 병 구할 곳이 없다. 우선 자판기라도 곳곳에 배치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계절별로 알록달록한 야생화가 피어난다고 안내된 야생화단지에는 녹색 수풀만 우거져 있었다. 여름에 피어야 할 황금색의 금계국과 보라색의 끈끈이대나물은 보이지 않았다. 야생화단지 산책로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19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항친수공원은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을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 27일 개방됐다. 부산항 해안과 맞닿았고 넓은 잔디광장과 경관 수로 등이 갖춰진 데다 부산역과 1km도 떨어지지 않은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부산시가 편의시설과 즐길 거리 등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아 시민과 관광객에게 외면받는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야간에도 썰렁했다. 10일 밤 부산시설공단은 부산항친수공원 잔디광장에서 ‘한여름 밤 공원 영화관’을 열어 영화 ‘시민덕희’를 상영했다. 오후 9시 반경 잔디 위에 편 돗자리에 앉아 영화를 즐기는 이는 넉넉잡아도 100명이 되지 않았다. 형형색색 조명이 밝혀진 수변 산책로를 걷는 이들도 많지 않아 공원 전체가 을씨년스러웠다.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고 대여한 돗자리를 반납했다는 30대 남성은 “선들선들 바람이 부는 야외에서 여유롭게 영화를 보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상영 작품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올라와 이미 봤던 것”이라며 “주최 측이 쉽게 볼 수 없는 영화를 상영하는 세심함을 보였더라면 행사가 더 흥행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항친수공원은 부산 북항재개발사업 추진과 함께 조성됐다. 2017년 3월부터 2023년 2월까지 공원을 조성하는 데 국비 등 약 610억 원이 투입됐다. 부산시는 지난해 11월 부산항만공사로부터 친수공원 시설 이관을 받았고, 산하 기관인 부산시설공단에 공원 관리와 운영을 맡기고 있다. 공원 유지 관리에 투입되는 연간 예산은 약 26억 원이다. 부산항친수공원은 전체 면적 19만6422㎡ 가운데 18만360㎡가 지난해 먼저 개방됐다. 부산오페라하우스 주변의 나머지 공원은 오페라하우스 준공에 맞춰 개방하겠다는 것이 부산시의 계획이다.
즐길 콘텐츠 부족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오페라하우스 준공에 맞춰 모든 공원시설이 조성되면 더 많은 콘텐츠가 운영될 것”이라며 “해양 스포츠센터와 도서관 등 어떤 시설을 추가로 조성하면 좋을지 구상하는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시설 부족에 대해서는 “관리동 일부 공간에 편의점이나 커피숍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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