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A Farm Show 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K-농업, 미래를 일굽니다 〈2〉 지역성장까지 이끈 귀농
귀농후 커피나무 재배 김철웅씨… 고흥 시골에 ‘커피 거리’ 탄생시켜
밀양서 ‘초피’ 스마트팜 우정호씨… 얼얼한 한국 매운맛 日수출 성공
16일 전남 고흥군 과역면 한적한 시골 도로에는 ‘고흥 커피 거리’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푯말을 따라 도착한 석촌마을에서 1km쯤 지나자 산티아고 커피농장이 나타났다. 농장 옆 100m²(약 30평) 남짓한 작은 카페에선 로스팅 원두의 고소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이곳 카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메뉴는 고흥에서 재배한 100% 국내산 원두 커피라는 ‘K커피’. 한 잔에 1만2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1시간 동안 30명이 넘는 커피 순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최모 씨(54·여)는 “맛이 진하고 신선하다”고 했다. 산티아고 커피농장을 운영하는 김철웅 대표(62)는 다국적 기업 등에서 15년간 일한 후 2014년 귀농했다. 같은 해 9월 고흥에 처음 커피나무 묘목을 심어 재배에 성공했다. 그가 10년 전 심은 작은 묘목이 고흥을 K커피의 주산지로 만들었다.
● “재배-판매를 넘어 관광 자원화해야”
김 대표는 농가를 운영하면서 직접 재배한 커피 원두를 로스팅하고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농장에서 커피 수확과 로스팅, 핸드드립 등 관광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바리스타나 카페 운영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교육과 컨설팅 등 서비스를 제공했다. 농촌융복합산업(6차 산업)을 목표로 삼은 것. 김 대표는 “방문객들이 스페인 순례길 ‘산티아고’처럼 편안함과 쉼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 농장 이름을 산티아고로 정했다”며 “2021년부터 3년간 연평균 관광객 4만 명이 농장을 방문했고, 올해는 5만 명으로 늘 것 같다. 연평균 1억5000만 원가량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커피 재배 농가는 44곳으로, 이 중 절반인 22곳이 전남에 자리 잡았다. 전국 커피 재배 면적 8.4ha 중에 4.4ha가 따뜻한 기후와 드넓은 평야를 갖춘 전남에 있다. 커피나무는 25도를 넘으면 광합성 작용을 못 하는데 전남의 서늘한 가을 날씨는 커피나무를 재배하기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고흥은 ‘K커피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고흥에는 산티아고 커피농장을 포함한 농가 14곳이 2.7ha 규모의 면적에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고흥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농사꾼의 절반 이상이 귀농인이다.
김 대표는 “K커피를 재배해 판매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관광 자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K커피의 높은 원가를 감안하면 농장 이외에 카페, 가공시설, 체험장, 강연장 등의 운영으로 관광객들을 유치해 부족한 수익을 보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영복 고흥군 유자연구소 연구개발팀장은 “K커피로 관광객 유입이 늘어나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국산 마라 ‘초피’로 한국의 매운맛 수출
13년간 해병대 부사관으로 근무하다가 전역한 뒤 2019년 귀농한 우정호 씨(41)는 특용작물인 ‘초피’로 성공했다. 초피는 매콤한 맛과 톡 쏘는 향이 특징인 향신료로 남부 지방, 동해 연안에서 자생한다. 마라탕에 얼얼한 맛을 내는 향신료로도 쓰여 인기를 끌고 있다.
경남 밀양시 상동면 가공공장에서 16일 만난 우 씨는 “귀농 첫해 노지에 초피 묘목을 심었는데 홍수로 실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했다”며 “다양한 재배 방법을 시도한 끝에 스마트 팜을 통한 재배 방법을 개발했다”고 했다.
우 씨의 초피나무 재배 면적은 약 1.7ha다. 밀양 다른 농가 10곳에서 생산하는 초피도 매입해 가공하고 있다. 수년간 노력한 끝에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에 초피를 수출했다. 초피를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절임용으로 가공한 전략이 통한 것. 수출액도 50만 달러를 달성해 농촌진흥청 수출농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우 씨는 “다양한 제품으로 한국의 매운맛인 초피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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