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유행 알았으면서”…코로나19 치료제 부족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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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8월 20일 15시 17분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는 가운데 16일 서울시내 약국에서 약사가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들고 있다. 2024.8.16/뉴스1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는 가운데 16일 서울시내 약국에서 약사가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들고 있다. 2024.8.16/뉴스1
코로나19가 여름 유행철을 맞아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확산하면서 치료제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예비비 3268억 원을 투입해 이달 말까지 26만회분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미 유행을 알고 있었음에도 정부가 치료제 구입 예산을 과도하게 깎아서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 2분기 도입된 코로나 치료제(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는 17만 9000명분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도입한 34만 1000만 명분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한 양이다.

이에 비축량도 지난해 2분기엔 누적 52만 9000만 명분인 반면 올해 2분기 비축량은 20만 6000명분으로 줄었다.

김선민 의원은 “질병청은 지난 2년간의 유행 추세를 고려할 때 이달 말까지는 코로나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며 “유행을 예측하면서도 치료제를 충분히 도입해 비축하지 않았다는 것은 질병청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16일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병동 출입문에 코로나19 환자 증가로 원내 출입 시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고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8.16/뉴스1
16일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병동 출입문에 코로나19 환자 증가로 원내 출입 시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고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8.16/뉴스1
하지만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청의 이 같은 행보는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대폭 깎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겨울에 유행이 작았으니까 여름에 많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치료제 예측에 실패했다”면서도 “사실 질병청만의 책임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질병청은 치료제 확보에 대한 예산을 더 많이 신청했는데 기획재정부가 승인을 안 해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된 올해 질병청 예산은 총 1조6303억 원으로, 이 중 코로나 치료제 구입비 예산은 1798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 치료제 구입비 예산 3843억 원보다 53.2%(2045억 원)가 깎인 금액이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 치료제 구입 비용이 절반 이상 줄어든 데 대해 질병청은 “건보 체계로 전환 전까지 필요 요소”라고 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정부 예산안은 심의 과정에서 깎고 이런 게 아니라 적정 예산을 서로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며 “올해 코로나 치료제 구입 예산이 삭감된 건 건강보험 등재를 염두에 두고 협의 하에 등재 전까지 필요한 적정 예산을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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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코로나 치료제는 일반 의약품과는 다르게 유통된다. 정부가 수요를 예측해 예산을 배정하고, 직접 제약사와 계약해 치료제를 구입해 보건소에 공급한다. 이후 보건소는 각 약국에서 필요한 물량을 신청받아 치료제를 배분한다.

이렇게 분배된 코로나 치료제는 최종적으로 60세 이상 고령자, 면역저하자, 만성질환자 등 치료제가 필요한 고위험군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건보에 등재되면 일반 의약품처럼 약국이나 병원이 직접 제약사에서 치료제를 구매할 수 있고 환자들의 구매가 가능해진다. 정부는 올해 4월까지 코로나 치료제를 급여 등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놨고, 질병청은 4월까지 필요한 예산을 책정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건보 등재를 위한 정부와 건강보험공단, 제약사간의 협상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건보 등재가 될 경우 현재 수준의 약값을 받게 되지 못할 확률이 높아 제약사 입장에선 굳이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치료제는 5일치 가격이 약 70만 원이나 되는 고가의 약제여서 급여화를 두고 정부와 제약사간의 기싸움이 더 거셀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급여 등재에 따른 본인부담분 등에 대한 논의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여름 유행철에 접어들면서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자 방역당국도 치료제 추가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확산세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 지난 동절기에 비해 유행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추가 예산을 배정받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입원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이달 말에는 작년 최고 수준인 주당 35만 명의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도 부랴부랴 19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3268억 원을 의결하고 이달 말까지 26만 명분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이번주까지 약 6만 명분의 치료제가 도입돼 배포 중이고 다음주에는 약 14만 명분을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추가 구매한 치료제는 10월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이라며 “10월 이후부터는 일반 의약품처럼 치료제가 공급될 수 있도록 소관부처와 함께 건강보험 등재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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