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 중 납북돼 6개월 만에 생환, 고초 겪고도 6년 만에 또 기소
고문 못 이겨 한 진술 탓에 처벌…"세상 다시 밝아져 무죄, 감사"
납북 생환 이후 6년 만에 공안 당국의 강압에 못 이겨 간첩 혐의로 기소됐던 70대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고법판사 박정훈·김주성·황민웅)는 20일 301호 법정에서 간첩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6개월의 형이 확정된 송모(78)씨의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불법 구금으로 얻은 증거는 증거 능력이 없다. 증거 능력이 있는 증거만 살펴보더라도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관련 판례에 비춰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원심을 모두 파기한다”고 판시했다.
송씨는 1968년 5월 어선 ‘영조호’를 타고 조업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나포돼 5개월간 납북 생활을 하다 귀환,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2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6년이 지나 가족이 지인에게 ‘북한에 납북된 사람들도 잘 산다더라’라고 위로로 건넨 말이 화근이 돼 또다시 수사 기관에 끌려갔다.
이후 온갖 가혹행위에 못 이겨 자신에 씌워진 간첩 혐의를 모두 시인, 다시 기소됐다.
송씨는 국가보안법·반공법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징역 7년 형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이 일부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 광주고법으로 파기 환송됐다.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이 선고되자 송씨는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선고 재판 직후 송씨는 법정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잘못된 시대에 억울하게 구금됐다가 세상이 밝아져서 무죄 판결을 받고 나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씨는 “북한 경비정에 끌려가 살 지 죽을 지도 모르는 공포 속에서 살다가 돌아왔는데 구속됐다가 끝내 무죄가 인정돼 구금일수 만큼 형사 보상금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정권은 또 ‘납북된 놈들은 간첩으로 잡아 들여야 한다’며 밤중에 군인이 민간인을 불법 연행해 연일 고문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이어 “(고문 탓에)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묻는 말에 ‘네’ ‘네’ 답하다 벌어진 일이다. 강제로 잡아다가 있지도 않은 죄를 만든 이들의 공소시효가 지나 한스러울 뿐이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앞선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불법 체포·구금·가혹행위 등에 대해 사죄를 표명하면서도 재판에서 스스로 혐의 사실을 인정해 내려진 판결은 정당하다”는 취지로 유죄를 다시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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