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살수장치로 탈선사고 예방
고열에 오래 노출되면 뒤틀림 생겨… 오송역 등 살수장치로 온도 관리
48도 넘으면 자동으로 지하수 분사… 코레일 “내년까지 26곳 추가 설치”
“옛날에는 뜨거워진 철로를 식히려고 사람이 직접 물통을 짊어지고 물을 뿌렸는데, 이제는 자동 시설로 제어합니다.”
19일 충북 청주시 오송역에서 3km 정도 떨어진 경부선 터널 앞에서 만난 이재호 코레일 고속시설사업단 품질관리팀장은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손으로 훑어내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은 영상 35도를 넘어섰다.
이 팀장은 “철로 온도가 영상 48도까지 올라가면 살수장치에서 자동으로 지하수가 분사돼 달궈진 철로를 식힌다”며 “철로 온도를 영상 50도 밑으로 유지해야 고속열차가 제 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했다. 오송역을 오가는 KTX 열차는 평일과 주말을 포함해 하루 평균 170여 대다. 열차 속도는 철로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시속 300km 가까이 달릴 수 있는 고속선은 철로 온도가 영상 55도를 넘어가면 시속 230km로 서행하며, 60도가 넘어가면 70km, 64도 이상이면 운행을 멈춘다.
이날 현장에 있는 살수장치는 상·하행선 철로 사이에 어른 허벅지 높이만 한 기둥 형태로 2020년 12월에 설치됐다. 터널 근처 철로에는 6m 간격으로 총 800m 길이에 살수장치가 있다. 물은 기둥 꼭대기에서 원형으로 반경 3m 이내에 골고루 뿌려진다. 살수장치에 물을 공급하는 시설은 터널 옆에 있다. 지하 100m에서 물을 끌어 올려 10t짜리 파란색 물통 4개에 보관했다가 철로에 뿌린다. 48도였던 철로 온도는 물을 뿌리고 3분 정도 지나자 40도까지 뚝 떨어졌다.
철로는 강철로 돼 있어 열을 계속 받으면 그 길이가 늘어난다. 선로가 늘어나면 선로를 지탱하는 콘크리트침목과 연결 부분인 체결구가 약해진다. 이 상태에서 철로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 선로가 늘어나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제멋대로 휘어 버리는 ‘장출(張出)’이 생긴다. 선로가 휜 상태에서 열차가 달리면 탈선하기 때문에 열차가 제 속도로 안전하게 달리려면 선로 모양이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게 필수다.
코레일은 2019년부터 KTX 등 고속열차가 운행하는 선로와 ITX, 무궁화 등 일반열차가 다니는 선로에 살수장치를 설치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살수장치는 170곳에만 있었는데, 폭염이 갈수록 독해지면서 올해 230곳을 추가로 더 설치해 총 400곳이 됐다. 이 팀장은 “내년까지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터널이나 곡선 구간 26곳에 살수 장치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선로가 늘어나지 못하도록 미리 늘려놔 길이를 조정하는 ‘재설정’ 작업도 353곳에서 진행했다. 길이가 200m 이상인 레일을 해체한 후 열을 가한 뒤 원래 길이보다 늘어난 만큼을 자르는 것이다. 길이가 조정된 선로는 높은 온도에도 내성이 생겨 변형이 적다고 한다. 열을 튕겨내는 하얀색 차열페인트를 전국 220여 km 길이 선로에 바르기도 했다.
인공지능(AI)과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폭염에 따른 선로 상태를 예측하는 체계도 마련했다. 최대 이틀 뒤 철로 온도를 예측해, 미리 선로 온도를 낮추기 위한 통풍과 살수 등의 대책을 세운다. 김군수 코레일 시설본부장은 “고속선 91곳을 포함해 전국 300여 곳에 선로 온도 측정 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폭염 기간이 끝날 때까지 24시간 대책본부를 운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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